내달 14일 끝나는 12월 임시국회가 2주가량 남은 28일, 여야가 우선 처리 법안 등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면서 여야 회동으로 겨우 정상화 궤도에 오른 임시국회가 순항할지 미지수다.
여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 야당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주거기본법 제정안 등 서민주거복지법안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꼽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자료 유출 사건을 계기로 여당이 추진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놓고도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지난 27일 구두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위해 북한인권법, 경제활성화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의 통과에 주력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풀어내기가 어렵다"며 "경제활성화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주택은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최소한의 주거복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민주거복지를 보장하는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면서 우선 처리 법안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주거기본법 제정안 등 서민주거복지법안을 꼽았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의료공공성포기법" "의료영리화법"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지레짐작"이라며 일축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원전자료 유출의 심각성과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지금 있는 조직과 기구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니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과도하게 강화하려는 것이라고도 비판한다.
◇'문고리 3인방' 운영위 출석 여부, 여전히 쟁점
여야가 지난 23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간 3+3 회동을 하고 내달 9일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촉발된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운영위 출석 등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원칙대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만 출석시키겠다는 태도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된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물론 김영한 민정수석까지 출석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협상 내용에 대해서도 여야 간 말은 엇갈렸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된 바도 없고 대상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지만,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제1부속비서관과 제2부속비서관은 협의해서 채택하기로 했다"며 "그렇게 구두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통화에서 "정 비서관과 안 비서관 모두 나와야 하고 특히 민정수석의 출석은 국민적 관심 사항임과 동시에 문제의 정점에 있는 분"이라며 "그분이 나오지 않고는 야당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제인 가석방'도 새로운 뇌관
경제인 가석방 문제의 국회 논의 여부를 두고도 여야는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협의할 수 있다며 군불을 지피려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절대 안 된다는 태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4일 "경제 위기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힘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는 데,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기업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며 "청와대에 전달(건의)할 생각도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당분간 힘들지 않겠느냐"는 기존 태도에서 "동의할 수 있다"고 대폭 선회한 모습을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정부가 협의해 오면 국회에서 야당과 협의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도 박지원, 이석현 의원 등이 경제인 가석방에 긍정적 목소리를 냈지만 당의 공식 입장은 반대다. 경제인이나 재벌 그룹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횡령과 배임 등 법과 원칙을 위반하고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혐의로 징계를 받은 기업 총수를 '경제 활성화'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가석방한다면 그 또한 일반인에 대한 역차별일 것"이라며 "여당과 정부는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여부에 종지부를 찍어라. 기준과 원칙에 어긋나는 가석방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기업인 가석방은 정치권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 겸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인 원혜영 의원 역시 "일반적으로 복역하는 사람이 모범적으로 70% 이상 형기를 마치면 가석방이 되게 돼 있다"며 "기업인이라고 해서 100% 살아야 한다고 할 일도 없고, 재벌이니까 3분의 1만 살아도 가석방을 해주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국민대타협기구 구성도 '여진'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 논의 과정과 일정에 대해 모두 합의했지만,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반발, 국민대타협기구 불참도 거론하는 등 초강수를 두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투본 지도부는 지난 25일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국회 연금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 일원화 ▲공무원연금과 자원외교 비리의혹 국조를 연계한 정치적 거래 중단 ▲공무원·사학·국민·군인·국민연금 포함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개선 논의 ▲합의 기구로 국민대타협기구 위상 정립 ▲국민대타협기구 논의 종결 시점부터 연금특위 활동 개시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같은 주장에 여야 모두는 과도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지만, 야당 일부에서는 일부 조항의 재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합의해 상임위까지 통과된 사항을 되돌릴 수는 없다며 "규칙대로 하자"고 공무원단체 반발을 일축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공무원단체 요구에 과도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29일 본회의 처리 전까지 일부 합의를 수정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TF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통화에서 "공무원단체가 요구한 것 중 합리적인 것도 과한 것도 있는데 합리적인 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첫걸음은 공무원 단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공무원단체가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여야의 공무원연금개혁 관련 합의문은 휴짓조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