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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계약 연장…재단법인 10주년 서울시향 과제는?..
사회

정명훈, 계약 연장…재단법인 10주년 서울시향 과제는?

운영자 기자 입력 2014/12/31 12:04 수정 2014.12.31 12:04
재단법인 10주년 눈앞‘이미지 타격’



경영 투명성 확보· 새 대표 영입이 화두
정명훈(61) 예술감독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더 이끌게 됐다. 서울시향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힌 박현정(52) 대표이사의 사의도 수용했다. 두 건은 서울시향 예산의 상당수를 출연하고 있는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이 결제하면 승인된다.
다만 애초 이달 말 임기가 끝날 예정이던 정 감독과 재계약이 아닌 2014년 기준으로 계약 기간을 1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재계약 아닌 1년 연장 왜?= 정 예술감독의 재계약이 유력시되긴 했지만 지난 10일 단원들과 기자들 앞에서 '서울시에 그만둔다고 말했다'고 밝히는 등 서울시향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로 미뤄볼 때 재계약이 아닌 계약연장 방식을 취한 것은 그간 서울시의회 등에서 제기된 계약서 보완 등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클래식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정 예술감독의 연봉도 검토 대상이다.
정 예술감독은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2005년 이후 9년간 서울시향으로부터 140억원을 받았다. 1년에 15억원 가량 가져간 셈이다. 내년 서울시향 예산이 삭감된 만큼 그가 정식으로 재계약하면 받게될 돈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 예술감독의 명성에 비하면 그가 받는 돈은 많다고 할 수 없다. 미국 오케스트라정보사이트(adaptistration)와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2011·2012 시즌에 시카고 심포니의 리카르도 무티 217만달러(약 24억원),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203만달러(22억원) 등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 예술감독이 과연 무티와 토마스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평론가인 노먼 레브레히트가 지난 7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을 보면 어느정도 가늠이 가능하다.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법에 의해 지휘자들이 1회 공연에 최대 2만5000유로(약 33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면서 정명훈과 무티 등이 최고등급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정 예술감독이 개인 사정 등으로 서울시향의 공연 일정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것도 정식 재계약이 미뤄진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이미 4월 일정이 확정돼 700석이나 표가 팔렸던 12월 서울시향의 통영국제음악당 개관 공연 일정 변경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 예술감독은 서울시향의 통영 공연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 피아노 리사이틀도 빈국립오페라단 지휘때문에 연기했다. 이 건에 대한 서울시 조사 결과는 새해 1월 초에 나온다.
무엇보다 정 예술감독과 반목한 박 대표가 주장한 '서울시향 사조직화'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시향의 해외공연 역시 이 단체의 공연기획 자문위원이자 정 예술감독과 절친한 사이인 마이클 파인이 주도했다는 지적이 컸는데 투명성을 위해 이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임병욱 서울시향 경영본부장은 이날 이사회 결과 브리핑에서 "재계약이 아니라 계약 연장을 결정한 것은 물리적인 시간한계와 서울시향 10주년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정명훈 감독과 상호 합의된 상태는 아니다. 이번 결정도 정명훈 감독이 수용해야 유효하다"고 말했다.
외국에 체류 중인 정 예술감독은 우선 서울시향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 유력하다. 이후 안팎으로 제기된 문제들을 검토한 뒤 조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재단법인 10주년 앞두고 이미지 타격= 정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수치로 사실이 입증된다. 그가 2005년 예술감독으로 취임하기 전해의 서울시향 유료 티켓 판매율은 38.9%에 그쳤다. 올해에는 92%를 넘겼다. 특히 올해 8월 120년 역사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NHK 심포니 이후 아시아 오케스트라로서는 두 번째로 초청을 받기도 했다.
정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는 내년 그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콘서트 예매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확실히 '정명훈의 서울시향'이라는 브랜드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향 사태로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본의 아니게 상승세가 한 풀 꺾일 위기에 처한 셈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체질 개선을 요구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가 물러나기 직전까지 비판한 서울시향 사무국의 업무 형태도 검증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난제는 예산이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서울시의 서울시향 출연금은 131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서울시향의 예산 173억원 중 108억원을 지원했고, 내년에는 102억원 지원에 그칠 예정이다. 서울시향의 경영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여러차례 나왔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미국 투어 등의 예산이 삭감됐다. 이 투어는 서울시향의 향후 활동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공연이다. 수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거론된 서울시향 전용홀 건립은 예산 부족으로 아직 본격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재단법인 10주년에 미국투어와 전용홀 건립 구체화 등의 목표를 세우고 있던 서울시향으로서는 막막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와 관련 여론도 서울시향에 호의적이지 않다.
클래식 관계자는 "서울시향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슬기롭게 조직을 이끌어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면서 "올해까지 해온 것을 바탕으로 내년엔 시향이 꼭 필요한 단체라는 걸 인식시킨 이후 예산증액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새 대표 선임 건도 조만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가 서울시향에 영입된 가장 큰 이유는 재정난 때문이었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사회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공연예술 분야와는 인연이 없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가였다. 특히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문화계와는 큰 인연이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클래식 관계자는 "이번 서울시향 내홍은 예술단체가 돈만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면서도 "예술과 경영, 두 가지 부문에서 경험과 안목을 갖춘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공립 예술단체가 돈에 매달리지 않도록 투명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은 내년 1월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신년음악회를 열고 전년도의 내홍을 털어버리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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