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우리가 사는 길 ‘나를 내려놓아라!’..
사회

우리가 사는 길 ‘나를 내려놓아라!’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1/05 19:36 수정 2015.01.05 19:36
▲     © 배동현 (언론인)

 
 
 
 
 

 
  어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에게 끌려 왔다. 염라대왕이 “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기에 지옥에 왔느냐”고 묻자 그는 “나를 가르쳐 주는 선지식과 지도자가 아무도 없어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살아있을 동안 건강하던 사람이 병들어 고생하는 것을 보았느냐”고 했다. 이에 그는 “그런 사람은 얼마든지 보았으며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염라대왕은 “세상에 그것보다 더 훌륭한 선지식이 어디 있느냐”며 꾸짖고 “주위에서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물론 여러번 보았다고 대답하자 “ 이 세상에서 죽음처럼 훌륭한 스승을 보고도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힐난했다. 세상에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이치는 그대로 훌륭한 선지식이며 살아 있는 선지식이라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우화이다.
  어떤 스님이 시자(侍者) 한명을 거느리고 산중 암자에 살고 있었다. 스님이 건강이 좋지 않아 시자를 시켜 뜸을 뜨고 있는데, 아랫마을에 사는 한 사람이 올라와 “스님 뭘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뜸뜨고 있네.” 그러자 마을사람은 손가락을 짚으면서 “갑자을축...” 하더니만 “스님, 오늘은 뜸뜨기엔 안 좋은 날입니다”라고 했다. 즉시 스님은 “얘, 시자야. 오늘 안 좋단다. 그만 하자”라고 했다. 스님과 손님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손님이 내려갔다. 그러자 스님이 시자에게 “시자야. 하던 것 계속하자”라고 말했다. 놀란 시자가 “오늘은 안 좋다면서요.”라고 하자, 스님은 “안 좋은 거 내려가 버렸다!”라고 했다. 불가에서 이야기되는 선문답 가운데 하나다.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있는 스님의 모습을 닮기야 어렵지만, 번뇌를 벗는 지혜는 너무나 중요하다. 외부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의 마음이 어두우면 괴로움이 생기고, 외부환경이 아무리 나빠도 자신의 마음이  확고하면 주위는 밝아진다. 말이야 쉽지 그런 상태로 접어들기가 엄청 어렵다. 나쁜 마음은 빨리 버릴 수 있는 결단이 아주 중요 하다. 깊게 뿌리 내린 나무는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와도 흔들림이 없는 법이다. 불교 수행법 중에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를 놓아 버려라’라는 뜻이다. 모든 번뇌는 자기 마음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사회를 탓하고, 부모를 탓하고, 가난을 탓하고, 남들을 탓하고, 이런 탓하는 마음을 버리면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것은 나의 문제다. 내 안의 문제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그 어떤 일도 내가 내 삶을 창조해 내는 조물주이며, 나의 신(神)이다. 안의 문제이기에 안이 바뀌면 밖도 바뀌게 마련이다.
  요즘 우리사회가 심각한 아노미상태에 빠진 것 같다. 사회, 정치, 경제 모든 분야가 안정감을 잃으면서 대부분 국민이 불안에 휩싸여 있다. 도시 직장인들은 구조조정과 불황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나날을 보내고 있고, 농어민들은 빚에 쪼들려 미래의 꿈을 접은 지 오래다. 이로 인해 사회를 구성하는 세포인 가족이  파괴되고 있다. 실직 가장은 노숙을 하면서 거리를 떠돌고 있고, 취업이 안 된 대학생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빚에 짓눌린 가정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힘든 생을 탈출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일탈의 길을 걷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되나 하는 호기심 때문에 동생을 죽이고, 전교수석을 하는 여중생이 경제적인 이유로 원조교제를 하는 기막힌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해체적인 현상이 별다른 대책이 없는 가운데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무력하고 정치인들은 사리사욕에 빠져 있다. 일부 언론은 반정부논리에 빠져 국가이익을  팽겨 치고 있고 종교지도자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지 오래다. 그보다는  자신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찾아보면 마음속에 스승이 있고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를 반성한다는 정치판. 자기를 개혁한다는 위정자들의  해결책도  마음속에서 찾아야 한다. 답은 나와 있다.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다. 방하착! ‘나를 내려놓아라!’ 여기에 길이 있다. 매운 겨울 바람한줄기가 매섭게 질책한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