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나를 찾아가는 힙합수업' 펴내
대중음악 비평가 김봉현(32)은 국내 몇 안 되는 힙합 평론가다. 힙합 전문사이트 '김봉현맨'(kbhman.com)과 힙합 전문 팟캐스트 '김봉현의 힙합초대석'을 진행하고 있다. 신인 래퍼들을 위한 무대 '모두의 마이크' 주최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시와 랩이 같은 뿌리에서 왔다는 점을 재조명하기 위해 힙합듀오 '가리온' 멤버인 래퍼 MC메타, 시인 김경주와 '포에틱 저스티스'라는 팀으로 활동 중이다.
그가 지난해 힙합 신에서 주목 받은 책 '힙합: 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이어 최근 펴낸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의 '작가의 말'에서 꺼낸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정신의학과 신경 과학자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인 '힙합사이크(Hip Hop Psych)'가 힙합음악을 분석한 결과다.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래퍼들 특유의 메시지와 '말하듯이 자기감정을 표출'하는 랩의 특성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를 얻어 냈다고 한다.
김봉현 비평가는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에 무엇보다 청소년이 힙합을 통해 자신의 삶과 꿈에 긍정적인 영향과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나는 힙합이 많은 청소년의 삶을 더 좋은 쪽으로 바꿀 존재임을 믿는다. 나 역시 힙합에 의해 구원받은, 한 소년이었으니까"라는 것이다.
'3장 우리를 둘러싼 힙합문화 고민해 보기' 중에서 '시시껄렁한 지껄임' 또는 '무작정 토해 내는 분노의 결정체'로 쉽게 오해 받는 '랩 배틀'에 대한 속사성을 파헤친 부분에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랩 배틀은 확실한 콘셉트를 가지고, 분노 외에 여러 감정을 다양하게 동원하고, 랩의 라임을 맞추면서 언어유희와 은유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해야 하며, 무엇보다 현실의 주먹다툼이나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과 구별되는 음악적인 면모까지 갖추어야 비로소 제대로 완성됩니다"라는 것이다.
즉 랩 배틀은 그 자체로 '정정당당한 승부'의 상징이라는 이야기다. "랩 배틀에 임하는 래퍼들은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직접 선보인 랩 자체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무엇을 조작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즉 속임수 없이 자신이 가진 것 그대로를 가지고 겨루는 승부가 바로 랩 배틀입니다. 창의력과 순발력으로 겨루는, 가장 정정당당한 승부인 셈입니다."
책을 읽다가 힙합이 단순하게 음악 장르를 넘어선 문화이며 삶의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건 덤이다.
김봉현 비평가는 책 말미에 '주먹 쥐고 일어서게 만드는 힙합 가사'라는 코너를 통해 더 콰이엇의 '상자 속 젊음'을 추천한다. 이 곡의 마지막 가사는 이렇다. "신념 없는 가르침 속에서 / 무너져 버린 우리의 정체성의 모래성 / 혼자 있길 두려워하며 / 유행의 바람에 흔들려. 뿌리 없는 나무처럼 / 무려 스무고개가 넘도록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 군중들의 목적 잃은 행진을 따라가네 / 알아야 해. 삶은 우리 자신의 것 / 일어나 당당하게." 결국 힙합을 듣는 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과 동격이다. 쪽, 1만1000원. 176쪽, 1만1000원, 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