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뿌리 이야기',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선정
소설가 김숨(41)의 '뿌리 이야기'가 제39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최일남·김윤식·이태동·윤후명·김성곤)은 7일 "인간을 나무에 비유해 산업화와 개발로 인한 현대사회의 황폐함과 현대인의 뿌리 뽑힘, 그리고 다른 곳으로의 이주가 초래하는 고통을 문학적으로 승화하는 데 성공한 수작"이라고 평했다.
김숨은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느림에 대하여'가 당선됐고, 1998년 단편 '중세의 시간'으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투견' '침대' '간과 쓸개' '국수', 장편소설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노란 개를 버리러'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을 펴냈다.
등단 이후 18년 동안 산업사회 속 현대인의 불안과 뿌리 들림이라는 주제를 탄탄한 문장력과 치밀한 구성으로 천착해 한국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각종 문학상에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받았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김숨은 "수상 소식은 뜻밖이었다. '뿌리 이야기'는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다. 작품을 발표하고 나서 문장에서 섬세해 져야겠다는 반성을 많이 했었다"며 "작품마다 운명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뿌리 이야기'는 "우연히 '이식할 나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다. 나무가 들려질 때, 원래 자랐던 흙을 떠나 전혀 다른 자리로 가 낯선 흙에 묻힐 때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 느꼈던 공포감이 모티프가 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소설에서 다른 곳으로 이식되는 나무의 불안과 고통을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난 철거민, 입양아, 종군위안부의 삶과 병치해 산업화와 기계화로 삶의 터전과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불안과 방황을 드러낸다. 그리고 한 발 더 내딛는다.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손을 잡아줄 때, 탯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 거 같다."
이식해도 살아남는 나무, 고모할머니가 죽기 전 손을 맞잡은 화자 등을 통해서 조화와 공존을 통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2015년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1~12월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예비 심사 과정을 거쳐 본심에 올릴 12편을 선정했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최일남(소설가) 김윤식(문학평론가) 이태동(문학평론가) 윤후명(소설가) 김성곤(문학평론가)가 참여했다.
우수작으로는 ▲손홍규 '배회' ▲윤성희 '휴가' ▲이장욱 '크리스마스캐럴' ▲이평재 '흙의 멜로디' ▲전성태 '소풍' ▲조경란 '기도에 가까운' ▲한유주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
시상식은 11월 초 열린다.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작 상금은 300만원이다. 수상작품집은 20일 발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