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석학 22인이 달려들었다… ‘생각의 해부’
“우리는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치 전문가들이 1년 이후의 미래에 대해 우연보다 눈에 띄게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치 전문가들이 미래에 대해 실제로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80~90% 확신한다고 말하면, 기껏해야 60~70% 정도밖에 맞지 않았습니다.” (185~186쪽)
인간의 생각에 관한 첨예한 이슈와 첨단 지식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 ‘생각의 해부’다.
인류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사고(思考)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터넷, SNS, 스마트폰 등을 활용하면서 받아들이는 정보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도 복잡해졌다. 소비, 재테크, 직장생활, 정치와 사회생활 등 삶의 곳곳에서 선택·판단·예측, 그리고 문제해결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의 질’은 결국 ‘삶의 질’로 이어진다. 그런데 시장에서, 사회에서, 더 나아가 머릿속에서 ‘생각’을 좌우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의 면면들, 즉 심리와 판단, 문제해결과 선택, 예측 등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무엇이 그런 과정에 영향을 미칠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은 ‘생각’을 입체적인 관점에서 해부한다. 행동경제학, 사회심리학, 언어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석학들이 인간의 ‘생각’에 관한 자신들의 연구들, 학계를 달구고 있거나 중요시돼왔던 쟁점들을 풀어놓고 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헐고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대니얼 카너먼, ‘블랙 스완’의 저자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예견하며 월가의 현자로 주목받아온 나심 탈레브,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의 저자인 대니얼 길버트, 인지과학과 심리철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대니얼 데닛, 뇌과학 및 신경학계의 ‘마르코 폴로’라 불리는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인지발달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로 주목받은 사이먼 배런코언 등 각 분야 석학 22인이 자신들이 해왔던 ‘생각’ 연구의 배경과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들려주고 ‘생각’ 연구에 관한 미래의 청사진을 조망한다.
최신 뇌과학 연구결과 및 유전자 연구 등을 기반으로, ‘생물학적 인간’으로서 사고와 심리의 수수께끼를 파헤치기도 하고 사회심리학, 행동경제학, 철학 같은 인문사회학적 연구로 경제활동 주체, 유권자, 프로페셔널한 직업인 등 ‘사회적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분석하기도 함으로써 다양한 맥락에서 ‘생각’에 대한 지평을 넓혀준다.
“흥미로운 결론 중 하나는 일종의 도덕적 평형(moral equilibrium)이란 견해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적절하다는 느낌을 최소한의 수준에 두는 경향을 띠며, 그 수준에 도달하면 만족해서 그 수준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그 순간에 느끼는 청결감이나 혐오감의 수준 같은 체화된 요인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에 대한 생각도 내 판단과 행동에 변화를 줍니다. … 자신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고 착한 일을 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성품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긍정적인 성품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에 비해 남을 도울 가능성이 적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란 확신이 들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런 생각에 완전히 만족해버립니다. 반면에 자신의 도덕적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남을 돕고 좋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도덕적 평형감각을 갖고 그 수준에 도달해서 그 후로는 그 수준을 넘어서지도 않고 그 아래로 떨어지지도 않겠다는 생각은 무척 강력한 영향력을 지닙니다.” (60~61쪽)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524쪽, 2만2000원, 와이즈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