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웰시즌, 5년 만에 내한공연... 올 최고의 공연 회자될 듯
스웰 시즌, 프로젝트 그룹(사진=프라이빗 커브 제공).
밴드 '스웰시즌'이 5년 만인 10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친 내한공연은 그간 이 팀의 공백을 무색게 했다. 영화 '원스'(2006)의 남녀주인공 글렌 한사드(45)와 마르게타 이글로바(27)가 뭉친 프로젝트팀이다.
2010년 4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공연 이후 두 사람이 국내에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를 제외하고도 3년 만이다. 두 사람은 2012년 아이슬란드 공연을 마치고 각자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이프 유 원트 미'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영화처럼, 이전 세 번의 내한공연(2009년 두 차례)처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한국 팬들만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된 공연이다.
두 사람은 한때 연인이었다. 영화 출연 전후로 교제를 시작했고 3년 만인 2009년 결별했다. 그럼에도 밴드 활동을 쉬지 않았다. 이글로바는 내한 전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한사드와 재결합은 운명"이라고 전했다.
이글로바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 미국 뉴욕을 거쳐 아이슬란드에 정착했다. 이번에는 14개월 된 딸아이도 동행했다. 두 사람은 그럼에도 사이 좋은 오누이 같았다. 음악 안에서 완벽하게 교감했다. 한사드와 이글로바, 두 사람 모두 음색이 깊어졌다. 한사드의 포효하는 보컬과 기타 소리가 할퀴어 간 자리를 이글로바의 나긋한 목소리가 토닥거렸다. 종종 들려주는 화음은 더 애틋해졌다.
'원스'의 감독인 존 카니의 최신작으로 지난해 한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던 영화 '비긴 어게인' 수록곡도 '커밍 업 로즈스(coming up roses)'도 들려줬다. 1시간40분 가량 예정된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은 그 유명한 '원스'의 주제가 '폴링 슬로우리'였다. 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이어진 앙코르는 40분이나 진행했다.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이 담겼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로만 들려주는 '골드'와 '브로큰 하티드 후버 픽서 서커 가이(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 '인투 더 미스틱' 등은 스웰시즌 곡의 진수를 느끼게 했다. 한사드는 다시 한 번 짐승같이 포효했다. 자신의 솔로곡 '디스 기프트'를 들려주던 막판에 강렬한 연주로 기타 줄을 끊어버렸다.
마지막 앙코르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음유 시인'으로 통하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헨의 '패싱 스루(passing through)' 커버였다. 스웰시즌 두 사람을 비롯해 한사드가 이끄는 밴드 '더 프레임즈' 멤버들은 1층 객석으로 내려와 이 노래를 부르고 일일이 관객들의 눈을 마주치며 지나갔다(패싱 스루). 관객들은 손을 흔들고 손가락을 튕기며 그들의 주변을 둘러쌌다.
"패싱 스루 패싱 스루 / 섬타임스 해피, 섬타임스 블루(Sometimes happy, sometimes blue). / 글래드 댓 아이 랜 인투 유(Glad that I ran into you) / 텔 더 피플 댓 유 소 미 패싱 스루(Tell the people that you saw me passing through). "지나가 / 지나가 /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우울해도 / 나는 네게로 달려가서 기뻐 / 네가 지나가면서 나를 봤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이 순간과 참 어울리는 노래였다. 스웰시즌도 1500여 청중들도 진심으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한사드는 "오늘 밤은 최고, 관객들도 최고"를 수도 없이 외쳤다. 영화 '원스'와 '스웰시즌'은 음악을 통한 '힐링 열풍'을 불고 온 팀이다. 이후 '힐링'이 유행한다고들 한다. 그 말은 틀렸다. 유행이 아닌 특별한 순간에 빛난다. 스웰시즌이 증명했다.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앞으로 협업은 장밋빛이다. 1월이지만 올해 내내 최고의 공연으로 회자할 듯하다. 11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열린다. 6만6000~13만2000원. 프라이빗커브. 02-563-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