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회령(會寧) 지방을 중심으로 두만강 유역에서는 오랜 시간 질 좋은 점토가 다량 생산됐다. 이곳 사람들은 점토를 활용, 깊은 유약 색과 개성 있는 형태의 회령 도자기를 만들어 왔다. 회령도자는 분단 이후 남한에는 알려지지 않는 도자기 문화재가 됐지만,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명성이 높았다.
회령 도자기의 특성은 굽에 유약을 시유하지 않는 점과 견고하다는 점이다. 1300도의 고온에서 구워내화도가 높은 흙으로 제작하고 도자기 밑바닥에 유약을 바르지 않아 불 위에서도 깨지지 않는다. 특히 아름답고 화려해 항아리, 주전자, 접시, 그릇, 화병 등 실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회령 도자기는 조선과 일제 강점기까지도 남쪽 지역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다. 형태에 구속되지 않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1941년 한국의 지순탁이 남쪽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회령 도자기를 재현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도자기는 애호가들에게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누구도 그의 도자기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1900년대 말 몇몇 도예가와 애호가들이 일본 가라츠 지역을 방문하며 회령 도자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를 재현하는 도예가도 생겼다. 그러나 국내에는 회령 도자기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제작기법을 일본을 통해 습득해야 했다.
회령도자는 2012년 초 처음으로 한일 회령도자전이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회령도자 작가회인 ‘회령도자 문화사업회’가 구성됐고 2013년 초 가라츠 내 도예가협회와 ‘회령도자 문화교류 조인식’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극소수의 도예가가 회령 도자기에 관심을 두고 제작했지만, 현재는 전국에 많은 도예가가 회령 도자기를 빚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이 회령도자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를 마련했다. 9일부터 ‘유약의 미학 - 한·중·북·일 회령도자’란 제목으로 1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의 이정환·이규탁·김경수, 중국의 묘창챵·저우텐잉, 일본에서는 420년간 회령 도자기를 굽는 가문의 14대 나카자토 타로우에몬·가와가미 기요미·마루타 무네히코 등이 제작한 도자기와 19세기 말 회령 도자기 등이다. 전시는 2월1일까지다. 02-726-4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