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담배 한 개비가 그리워도
▲ © 房 玘 泰 편집국장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지난해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를 뽑아 보도한다. 이에 준하여 새해 벽두에만 해당되는 뉴스를 꼽는다면, 단연코 담뱃값의 폭력적인 폭등이다. 무려 갑당 2,000원이나 올랐다. 지난 1920년대 ‘폐허’란 문예지를 이끌었던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은 하루에만 무려 9갑을 태웠다. 이를 요즘 담뱃값으로 계산을 한다면, 하루에 40,500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한 달을 곱하면, 1,215,000원이다. 올해 시급이 5,580원이니, 하루 8시간 일을 한다고 쳐도 1,339,200원이다. 오상순 시인이 만약에 시급을 못 벌었다면, 담배를 충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상순 시인이 읊은 ‘나와 시와 담배’는 다음과 같다. ‘나와 詩(시)와 담배는/ 異音(이음) 同曲(동곡)의 三位一體(삼위일체)/ 나와 내 詩魂(시혼)은/ 滾滾(곤곤)히 샘솟는 연기/ 끝없는 曲線(곡선)의 旋律(선율)을 타고/ 永遠(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刻刻(각각) 물들어 스며든다’ 그의 불타는 시혼이 오로지 담배 연기 속에서 나온듯하다. 공초는 애연소서(愛煙小敍)에서 ‘자연(紫煙)이 한참 동안 허공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것을, 내 육체의 일부분의 명멸의 모습으로 짐작하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데 있어서 얻어지는 예술적 문학적 가치는, 우리들 끽연가가 한동안 금연했을 경우 무엇을 잃어버리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는 알 수가 있다.(임어당/ 생활의 발견) 위의 모두가 담배찬가이다.
떠도는 담배 찬가는 또 있다. “요새는 폐암과 담배의 기사가 신문에 자주 나오지 않나” “그래 그걸 읽으면 소름이 끼쳐” “그래서 큰마음을 먹고 끊기로 했지” “용하다 담배를 끊다니” “아니 신문 쪽이야” 담배와 신문의 열독률은 깊은 관계성을 말하고 있다. 신문 경영자는 새겨들어야 할 대화록이다.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따르면, 담배는 광해주(光海主)말년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이 담파국(湛巴國)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그것을 답파라고 했다. 이게 사투리로는 ‘담바구/귀’이다. ‘담바귀 씨를 솔솔 삐여/ 낮이면은 玉水주고/ 밤이면 찬이슬 주어/ 겉의 겉잎 다 젖히고/ 속의 속잎 따다가서/ 맵세 있게 접어놓고/ 담배뒤칼로 쓸어내여/처녀의 쌈지 한 쌈지/총각의 쌈지 두 쌈지라(담바구 타령)
‘모시야 적삼 안섶 안에/ 연적 같은 저 젖 보소/ 담배씨만치만 보구 가소/ 많이 보면 병납니다’(민요) 올해부터 담뱃값이 뛰다보니 피우되, 위의 민요처럼 ‘연적 같은 저 젖’만큼만 피워야겠다. 그러나 담뱃값을 올린 이유가 국민건강이다. 물가인상으로써 국민건강을 지켜주겠다는 대목에서 평소 끽연가는 눈물이 다 찔끔 난다. 더군다나 돈이면 다된다는 발상자체가 문제이다. 당국이 담뱃값을 올린만큼 국민건강이 비례적으로 나아지겠는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세상살이에서는 돈으로 해결될 것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돈이면, 다 인가 하는 분통이 터진다. 안 그래도 돈이 없는 판에 당국마저 돈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답시고 담뱃값을 올리니, 다른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짐작한다. 이게 물가 심리이다. 장바구니 물가이기도 하다. 담배 국민건강은 돈이 아닌, 교육으로 해야 마땅하다. 국민 건강의식전환으로 해야 한다.
2015년 1월 1일은 ‘담뱃값인상 기념일’이다. 그렇지만 기념일에 담배 소매상 가게들은 아주 조용한 기념일이 될 것이다. 기념일 이전에 담배 사재기를 한 일부 끽연가들 때문이다. 반면에 북새통이 있을 게다. 기념일 이전에 일부 담배 소매상이 팔지 않고 쌓아둔 담배가 진열장에 가득할 게 뻔하다. 다 같은 사재기와 쌓아놓은 것들로 풍진(風塵) 세상을 조롱하는 듯하다. ‘이 풍진 세상에서 담배 한 개비가 그립다.’ 아무리 그립다고 할망정 돈이 없다면, 그리움이 괴로움이 될 터이다.
그럼에도 괴로움의 고통을 해결할 방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상추나 고추를 심던 텃밭이 담배 밭으로 돌변할 수가 있다. 자기 땅에 직접 담배 농사를 지어, 예전처럼 말린 호박 잎사귀에 말아 피운다면, 당국인들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이게 현실이 된다면, 자기 텃밭에서 따먹던 상추나 고추를 시장에서 구입하니, 상추 값 등을 뛰게 할 수가 있다. 이렇다면, 물가정책 실패의 목격이다. 국민건강도 물 건너 간 셈이다. 그럼에도 기념일만은 다름이 없다. 기념일이되, 물가가 뛴 기념일이다. 담배 포갑지에는 연기 속에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그 이름이 하도 생소하여, 하나도 모르겠다. 구체성이 전혀 없다. 구체성을 띄기 위해서는 그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설에는 담배공장에서 해골(骸骨)그림을 빼자는 로비설이 마치 유령처럼 날아다닌다. 유언비어(流言蜚語)인가를 묻고 싶다. 당국이 돈을 들고 나섰기에 분통이 터져도, 그럼에도 이참에 담배를 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담배, 이젠 ‘가락은 끝났으나 정은 남았네’(曲終情未終/淸虛休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