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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窓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1/11 21:15 수정 2015.01.11 21:15
영화 '국제시장' 바로보기

 
 '수준 이하의 코미디' '오직 마케팅의 승리' '끔찍하다' '단 한 번도 웃기지 않았다' 등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인터뷰'에 대한 악평이 쏟아진다. 미국에서 가장 큰 영화 사이트인 아이엠디비(IMDB)닷컴과 메타크리틱(rottentomatoes)닷컴에는 '인터뷰'에 대한 혹평이 넘쳐난다. 하지만 영화는 성공했다. 상영관이 320개관에서 580개관으로 확대되며 현재까지 상영관 수입만 350만 달러(36억원)에 달한다.
영화가 이렇게 흥행에 성공한 것은 북한의 과잉 반응 덕이다. 김정은 국방위원장 암살을 다룬 B급 코미디 영화에 대해 북한 당국이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 등 정색을 하고 날을 세우면서 판을 키운 꼴이 됐다. 문화 콘텐츠를 정치적으로 접근하자 우스꽝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틀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제시장'을 보고 나와 "현재 기성세대, 은퇴하신 분들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오며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켜 오늘날이 있다는 것을 젊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기 하강식 장면에 대해서는 "지금은 개인이 먼저고 그 땐 나라가 먼저였다"며 "아주 좋은 장면"이라고 밝혔다.
보수 언론사와 몇몇 극우 논객, 그리고 일간베스트(일베)의 반응도 비슷했다. '국제시장'을 곧바로 보수 우파 이데올로기와 연결 지었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어떤 정치적 야심도 없는 영화다. '국제시장'의 목표는 하나다. 한국전쟁, 파독,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찾기로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훑고는 있지만, 주인공(아버지)의 고난과 희생을 부각하기 위한 도구다. 윤제균 감독 역시 '국제시장'은 정치성이 배제된 "아버지에 대한 헌사"라고 밝힌 바 있다.
생각해 보면 국기 배례 장면은 숱한 영화 속에서 반복된 흔한 코미디 중 하나 아닌가.
저마다의 영화평을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반응이 다양할 때 오히려 건강한 것이고, 문화라는 틀 안에서 건전한 담론이 많이 오갈수록 좋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돼야 문화적 토양도 굳건해진다.
문제는 웃어야 할 때 정색하는 촌스러움이다. '애국심'과 '아버지 세대에 대한 존경'은 소중한 가치이며 누구도 함부로 깎아내릴 수 없다. 다만 흥행에 초점을 맞춘 상업영화에 이런 가치를 덧입히는 게 거북한 것이다.
최근 일본의 일부 극우 단체들이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포로 생활을 견디고 생환한 루이 잠페리니의 실화를 다룬 영화 '언브로큰' 상영을 막겠다고 나섰다. 연출을 맡은 앤젤리나 졸리의 입국도 반대하고 있다. 포로들을 괴롭히는 일본군의 모습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언브로큰' 역시 시련을 견딘 한 인간의 의지에 대한 헌사이다. 문화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면 이런 우스운 행동을 하게 된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과잉 해석은 문화의 생기를 잃게 한다. 게다가 그 해석이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이라면 더 그렇다. '인터뷰' '국제시장' '언브로큰'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뿌리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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