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위협에 굴하지 않는 샤를리다
최근 국내외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공권력뿐 아니라 무력과 사이버테러로부터까지 위협받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 시사 풍자 주간 '샤를리 엡도'의 파리 본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에 12명이 희생되면서 유럽 전역에 추모의 물결이 번지고 있다.
11일 프랑스에서 열린 반테러 행진에 370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고 40명에 달하는 세계 정상들이 팔짱을 끼고 행진을 이끌었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스페인·스위스,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출판사의 이름을 딴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 슬로건이 확산하고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겁먹지마'(Pas Peur)라는 슬로건도 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 비서의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 제작사 소니 픽처스(이하 소니)의 전산 시스템이 사이버테러를 당하고 주요 영화관 체인이 이 영화을 개봉하려다 9·11테러 같은 테러 위협을 당했을 때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거셌다.
소니는 당시 개봉 계획을 취소했다가 표현의 자유를 포기한다는 비난 여론에 온·오프라인으로 영화를 배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 해킹이 미국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공격한 것이라며 배후인 북한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B급 영화란 혹평을 받은 이 영화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지지와 관심에 힘입어 오프라인으로는 개봉 첫날 100만 달러(11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온라인에서 수익이 3100만 달러(약 340억원)를 돌파하는 등 예상 밖의 대박을 쳤다.
국내에서도 탈북자 단체의 영화 '더 인터뷰' USB와 DVD 대북 살포 문제를 두고 표현의 자유 등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핵심 가치 수호가 중요한 남북 대화에 걸림돌 취급을 받으며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그간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던 우리 정부는 최근 국민 안전을 이유로 제한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어 미국, 유럽과 달리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
표현의 자유가 공권력만으로도 모자라 이제 무력과 사이버테러로부터까지 위협받고 있는 사실은 표현의 자유가 갖는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북한, 그 어떤 위협에도 '펜'이라는 초강력 무기를 들고 맞서는 내가 그리고 당신이 겁먹지 않고 굴하지 않는 '샤를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