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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분일초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위기에 빠진 슈틸리케호가 골든 타임을 제대로 잡고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골든 타임(Golden Time)'은 사고나 사건이 터졌을 때 초기에 대처해야 하는 금쪽같은 시간을 뜻한다. 화재시 초기 5분, 심정지 시 90초를 넘기면 회복 불능에 빠진다.
부상과 감기 등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힌 슈틸리케호의 골든 타임은 호주전(17일 오후 6시)을 앞둔 약 48시간 정도다. 이 안에 뚜렷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정상 궤도로의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사나흘 간격으로 계속해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회에서는 각 팀당 길어야 48시간이 주어진다. 경기 후 이동, 회복시간을 제외하면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다.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던 한국 축구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일 열린 오만과의 1차전 이후였다.
오른쪽 날개 이청용(27·볼턴)과 오른쪽 풀백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청용은 정강이 뼈에 실금이 생겨 도중 하차해야 했다. 오른쪽 라인이 무너지며 균형을 잃었다.
부상은 어느 팀이든지 피할 수 없는 변수다. 어느 정도 예상 변수의 범주 안에서 최대한의 예방과 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부상자 자리에 누구를 넣는지부터는 슈틸리케 감독의 몫이다. '신의 한 수'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한다. 골든 타임 내에 전술 전략의 수정, 위기 관리 매니지먼트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주전 멤버들도 전열을 이탈했다. 부상과는 관계 없는 감기가 이유였다. 오만전을 빗속에서 뛴 선수들은 앓아 누웠다.
손흥민(23·레버쿠젠)을 시작으로 구자철(26·마인츠)·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차례로 감기에 걸렸다. 이들은 13일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 나설 수 없었다.
빨간불이 켜졌다. 베스트로 나선 오만전에서는 부상자들을 위한 교체로 제대로 전술을 점검하지 못했다. 쿠웨이트전은 선수들이 줄줄이 앓아 누워 선발 명단을 꾸리기도 버거웠다.
대회 초반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고 골든 타임에 접어들었다.
이제 해결책을 제시할 때다. '감기 3인방'은 극진한 노력 끝에 정상의 몸으로 돌아왔다. 14일 브리즈번에 입성해 비 속에서 진행된 훈련에서도 손흥민, 구자철은 비를 맞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감기에 걸렸던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이 모두 회복됐다. 15일 훈련부터 정상 합류한다"면서 이틀 훈련 끝에 호주전 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임 홍명보(46) 대표팀 감독은 '48시간 매니지먼트'를 가동하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 위기에 놓인 슈틸리케 감독도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은 8강에 진출했지만 호주전은 조 순위 결정전이어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일전이다.
입 모아 호주전에서 반전의 계기를 보여주겠다는 선수들의 다짐도 골든 타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변화하라'는 의미의 '타임 포 체인지(TIME for CHANGE)'를 대회 슬로건으로 내건 슈틸리케호가 남은 시간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