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3권 ‘작가란 무엇인가’… 노벨상 수상자 등 만나
지난해 1월 출간된 ‘작가란 무엇인가 1’의 후속 2, 3권이 나왔다. 1권과 마찬가지로 세계문학 독자들이 열광할 만한 거장들과 레싱, 요사, 그라스, 모리슨, 먼로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을 만날 수 있다. 스릴러소설의 스티븐 킹, 판타지 소설의 어슐러 K 르 귄, 현대 증언문학의 프리모 레비 등 대가들의 다채로운 인터뷰도 실려 있다.
지난해 1월 출간된 ‘작가란 무엇인가 1’의 후속 2, 3권이 나왔다.
1권과 마찬가지로 세계문학 독자들이 열광할 만한 거장들과 레싱, 요사, 그라스, 모리슨, 먼로 등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을 만날 수 있다. 스릴러소설의 스티븐 킹, 판타지 소설의 어슐러 K 르 귄, 현대 증언문학의 대가 프리모 레비 등 다채로운 인터뷰도 실려 있다.
국내 출판사가 기획하고 한국의 세계문학 독자와 문예창작학과 대학생 100여 명, 소설가와 평론가들의 의견을 종합, ‘파리 리뷰’ 인터뷰의 250여 소설가 가운데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를 선정했다. 이들을 12명씩 묶어 ‘작가란 무엇인가’ 1, 2로 펴냈다. 1, 2권 후 따로 진행된 ‘작가란 무엇인가 3’의 작가 리스트 선정에는 ‘빨간책방’의 이동진, 김중혁과 손보미, 이현우, 조경란, 한유주 등 국내 작가·평론가의 의견과 4개 주요 온라인서점에서 세계문학 독자들이 투표한 결과가 반영됐다.
이렇게 가려진 작가는 1권의 에코·파묵·하루키·오스터·매큐언·로스·쿤데라·카버·마르케스·헤밍웨이·포크너·포스터, 2권의 헉슬리·보르헤스·나보코프·오츠·레싱·요사·그라스·모리슨·사라마구·루슈디·킹·오에, 3권의 먼로·커포티·보네거트·르 귄·반스·케루악·레비·손택·드릴로·치버·이시구로·사강이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미국의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가진 인터뷰 모음집이다. 자신의 글쓰기 습관과 동기 부여 과정, 열정, 소설가로서의 비참과 영광의 순간을 고백한다. 언제 어떻게 글을 쓰고, 어떻게 자신의 열정을 이어가는가, 또 어떤 이유로 작품에 성공하고 실패하는가, 문학에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모두 궁금해하지만 답을 듣기 어려운 질문들에 작가들이 답했다.
‘파리 리뷰’의 작가 인터뷰는 단발성이 아니다. 작가의 성장과 변화를 담기 위해 최소 1~2년에 걸쳐 이뤄지며 10년 이상 지속되거나 인터뷰어가 다수인 경우도 여럿 있다. 3권의 커트 보네거트 인터뷰는 10년에 걸쳐 진행됐고, 서로 다른 네 명의 인터뷰어가 만든 네 개의 원고를 보네거트 스스로 통합했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인 프리모 레비는 1987년 자살했는데, 그전부터 이뤄져오던 인터뷰가 ‘파리 리뷰’에 발표된 것은 1995년이다. 2권의 도리스 레싱이나 스티븐 킹의 인터뷰처럼 런던, 뉴욕 등 인터뷰어가 작가를 따라다니며 여러 국가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작가들의 완전히 다른 대답, 또는 놀랄만큼 비슷한 대답은 이 인터뷰집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자 자신이 읽고 있는 해당 ‘작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열쇠다.
작업 시간 배분은 독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매일 새벽 4~5시쯤에 일어나 작업하는 하루키나 모리슨, 새벽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른 아침 시간을 선택한 매큐언이나 오에, 드릴로 등의 작가들, 아이를 키우고 가사노동 시간을 쪼개 치열하고 빠르게 작업해야만 한 도리스 레싱이나 앨리스 먼로 같은 여성 작가들,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자유로운 스타일만큼이나 자유로운 시간 쓰기를 보여주는 잭 케루악…. 특히 케루악은 사흘 밤 만에 ‘지하생활자’를 쓴 것에 대해 정신적 묘기였을 뿐 아니라 굉장한 신체적 묘기였다고 자평한다.
이보다 더 굉장한 작가도 있다. 월화수목금토일 7일을 거르지 않고 일한다는 로스, 요사나 먼로가 바로 그 경우이다. 한술 더 떠 크리스마스 아침에 의식을 치르듯 글을 쓴다는 줄리언 반스도 있다.
등장인물의 자율성 문제는 작가들 사이에서 큰 논란거리임을 알 수 있다. 포스터나 오츠, 요사처럼 등장인물은 분명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때가 있고 그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작가가 있다. 반면 반스처럼 인물의 고삐를 쥐고 있지만 유동적이라고 표현하는 작가가 있고, 나보코프나 모리슨처럼 매우 단호하게 등장인물의 자유에 대해 경고하는 작가도 있다.
매일 쓴 단어의 수를 기록할 만큼 작가라는 사명에 혼신을 다한 헤밍웨이는 질문이 조금이라도 질이 떨어진다 싶으면 “별로 흥미롭지 못하다”라거나 “낡고 진부한 질문을 한다면, 낡고 진부한 대답을 듣기 십상”이라고 인터뷰어에게 면박을 준다. 나보코프는 비평가들은 물론이고 기존 문학 전통을 완전히 깔아뭉개는 거침없는 대답을 펼친다. “브레히트, 포크너, 카뮈, 그 밖의 많은 작가들은 제게 완전히 무의미합니다”, 현대 영미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조이스에 대해서는 “가르쳐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는 소설가들이 겪는 문학의 고통과 즐거움 그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에 소설을 쓰고 있거나 글을 다루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작가의 회한과 고백,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진지한 작가적 성찰의 뒤편으로 ‘소설’과 ‘소설가’ 그리고 ‘예술’이 무엇이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에 답하게 된다.
‘작가란 무엇인가’와 그에 대한 해답을 위대한 작가나 평론가 한 사람만의 설명으로는 추론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 지음, 김진아·권승혁·김율희 옮김, 1권 496쪽·2권 540쪽·3권 484쪽, 각 권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