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보
유리창에 흐르는
맑은 빗방울을
이유없이 서글퍼하던
밤들이 그리워진다
이제
그렇게 순수한 시간들을
기억 할 수 없는 것은
내 부딪히는 삶이
검붉게 멍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던가
어둠속에 짙어가는
빗소리가
축축한 적막감으로
밤을 적셔가면
문득
유리창에 그려진 얼굴이
왜 이리도
서글프게 보고싶은지
한 방울의 눈물이
달랠 수 없는 흐느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얼굴에 미소가 보고싶다
그 얼굴의 향기에 취하고 싶다
그 미소의 향기에 눈을 감고
그리워 하고 싶다
곱게 아름답던 그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