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방안-도입 시기 등 입장차 '뚜렷'
여야가 22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구체적 방안과 도입 시기 등에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토론회'를 함께 열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양당 대표 여성 정치인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 모두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정치 혁신을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나 의원은 예비 선거일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오픈 프라이머리 '여야 동시 도입'을, 박 의원은 '탑투(Top two)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며 다소 입장차를 보였다.
나 의원은 '여야가 동시에 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강조했다.
나 의원은 "예비 선거일에 모든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서 정당 공천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여야의 합의가, 여야가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예비 선거일은) 선거일 전 60일 이후 첫 번째 토요일 정도가 어떨까 한다"고 제안하며 "자의적인 공천을 막기 위해선 그 동안의 전략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사전 선거운동 기간을 확대키로 하고,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불평등 우려에 대해선 비례대표 여성 60% 이상 추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기성 정치인에만 유리하지 않냐는 우려에는 "보완장치를 통해 정치신인에 대한 불평등을 완화했고 무조건적 물갈이가 전문성을 갖춘 현역 (의원들)에 대해 역차별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며 "자꾸 정치인을 물갈이하는 게 좋냐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시대가 정치 혁신을 요구하고 선진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공천 민주화"라며 "공천 민주화의 핵심은 오픈 프라이머리다. 공천권을 정당에서 국민으로 이양하는 정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정당과 무관하게 누구나 후보자로 예선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이중 1·2위가 본선에 진출, 유권자가 정당과 무관하게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탑투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렇게 되면 결국은 일을 열심히 하고 국민 목소리를 듣고 유권자 소리를 듣는 의원은 계속 선택받고 그렇지 않으면 냉정하게 비판받을 수 있다"며 "소수정당에게도 동등하게 기회를 부여해 소수정당 소외론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탑투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시 영호남의 특정 정당 고착화 우려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영호남에 무소속으로 나가든지 소수정당 후보자가 되든지 누구든지 1, 2등 안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며 "오히려 영호남 고착화를 파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새누리당이 제안한 여성 정치신인 등에게 가산점을 주는 안 등에 대해선 "동의한다"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 의원이 밝힌 '탑투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나 의원은 "정당 민주주의에는 반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했다.
여야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시기 등에서도 확연한 속도차를 드러냈다.
여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의원총회 의결을 거쳐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야당은 도입은 긍정적으로 제도화하되 구체적 방안이나 여러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나 의원이 발표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안을 혁신위 안으로 확정하고 의원총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이 오픈 프라이머리는 거스를 수 없는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생각한다"며 "자기들이 행사하던 권한과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정치권으로 가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도입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관해선 당내 의원들 간 이견이 많은 상태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조차 이날 토론회에서 "오픈 프라이머리가 됐을 때 한국적 현실에선 절대적으로 '동원 능력의 싸움'이 될 거다. 특히 시골은 더 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새정치연합은 컷오프를 통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서 정치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전략 공천 제도도 병행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계속 논의 중이다.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오늘 합동 토론회를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져 있는 정치혁신 과제를 여야가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는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첫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긍정적으로 제도화하되, 다만 제기되는 문제점, 신인 진출 기회 축소 등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그러면서 2:1 인구편차 이내의 선거구 재조정을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하며 "이 문제 또한 여야가 혁신의 공동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혁신위 간사인 안형환 전 의원은 "오늘 박영선 의원이 발제했지만 당의 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 새정치연합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당대표 후보들도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공약하는 것을 못 들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에 박영선 의원은 "지금 당권 주자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세 분 중 한 분은 굉장히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 나머지 분들도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반대하거나 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표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변화를 두려워하면 (정치개혁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찬성했고 단국대 가상준 교수도 "(공천권을) 숨은 지지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반면 동국대 박명호 교수는 "정당이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공천에 국민을 끌어들여 국민이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건 정치권 전체의 책임 회피"라며 반대했고 한신대 조성대 교수도 "정당 내 파벌만 강화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