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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한국, 호주가 깔아놓은 ‘비단길 간다’..
사회

한국, 호주가 깔아놓은 ‘비단길 간다’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1/27 16:40 수정 2015.01.27 16:40
결승전 앞두고 4일 휴식…상대는 3일 밖에 못쉬어
▲     © 슈틸리케  호주가 깔아놓은 비단길을 한국이 밟고 가고 있다. 개최국 우승 시나리오를 한국이 빼앗아 온 것 같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시드니 호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5 호주아시안컵 4강전에서 2-0의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선착했다.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을 밟은 한국은 4일을 쉬고 결승전에 나서는 일정상의 유리함을 계속 안고 가게 됐다.
  반면 한국의 결승 상대는 사흘밖에 쉬지 못한다.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의 4강전은 27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 경기의 승자가 한국의 결승 파트너가 된다.
  어느 대회마다 개최국의 이점은 있게 마련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승리를 계획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지만 일정상의 유불리함 정도는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조별리그 상위 팀이 누리는 유리함이라면 더욱 문제 삼기 힘들다.
지난 대회 준우승국 호주는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교묘한 대회 일정을 세팅해 놓았다. A조 1위로 토너먼트를 오르면 나머지 경기에서 다른 팀들에 비해 하루씩을 더 쉴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4강부터 결승까지는 같은 곳에서 치르도록 동선까지 맞춰놨다. 이동에 따른 피로를 줄인다는 세심한 배려(?)였다.
하지만 호주가 깔아놓은 비단길을 한국이 밟고 있다.
운명을 갈라 놓은 것은 17일 열린 조별리그 3차전이었다. A조 1, 2위를 다투는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한국이 1-0으로 이기면서 호주가 마련한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게 됐다.
지난 9일 쿠웨이트와의 대회 개막전을 시작으로 가장 먼저 대회에 돌입한 호주는 조별리그 3차전까지 남들보다 하루씩을 더 쉬는 일정으로 한국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호주는 대표팀 훈련을 취소하고 휴식을 주는 등의 여유로움을 보였다. 이 같은 일정은 토너먼트 이후까지 계속될 예정이었지만 A조 1위를 한국이 차지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하루를 더 쉬고 덜 쉬고의 차이는 경기력으로 나타난다.
슈틸리케 감독은 25일 있은 이라크와의 4강전 대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하루를 더 쉰다고 체력적으로 이점을 갖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한국에 쏟아지는 부러움의 시선을 애써 거뒀지만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사나흘 간격을 두고 빡빡하게 돌아가는 대회 일정에서 하루를 더 쉰다는 것은 단순한 하루 휴식의 의미를 넘어선다.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따라 스쿼드를 달리 운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라크만 봐도 그렇다. 이라크는 23일 이란과의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간신히 4강에 올라왔다.
이틀 쉬고 한국과 경기를 벌이는 이라크는 우승 후보 이란을 제압한 팀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했다. 오히려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오만·쿠웨이트를 상대할 때보다 수월해 보였다.
이라크 라디 셰나이실(49) 감독은 한국에 0-2로 진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정은 분명히 우리에게 불리했다. 사흘 뒤 경기를 임하는 것과 나흘 뒤 경기를 임하는 것은 회복이 다르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한국의 운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대내외적으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운이라는 것은 노력 없이 얻었을 경우를 지칭하는 단어다. 한국의 상황을 단순한 운으로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엄연히 한국은 승리를 통해 과실을 쟁취했을 뿐이다. 다만 대진표 건너편에 있는 호주가 배 아파할지는 모를 일이다.시드니(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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