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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窓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1/28 15:16 수정 2015.01.28 15:16
배상문,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새해부터 골프계가 뜨겁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배상문(29)의 병역 문제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배상문은 국외여행 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 투어 생활을 지속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지난해 말 더 이상 국외여행 기간 연장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배상문측에 통보했다.
  병무청은 2년 전 축구선수 박주영(30)이 '법의 빈틈'을 노려 사실상 병역 면제를 받자 관련법에 손을 댔고 이때 강화된 규정이 배상문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에는 영주권을 취득한 이가 해당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할 경우 37세까지 1년 단위의 자동 연기가 가능했다. 그러나 병무청은 박주영 논란이 불거진 뒤 실제 거주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2013년 영주권을 딴 배상문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12월로 비자가 만료된 배상문은 30일 이내인 1월 말까지 귀국해야 한다. 계속 미국에 머무를 경우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 배상문은 계획대로 경기 출전을 강행하면서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배상문의 행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표 남자 골퍼인 배상문은 PGA에서 2승을 올리며 세계적인 레벨에 올라섰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선수다.
  그렇다고 배상문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20대의 2년 공백은 불가피하다. 심지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 가장들도 이를 피하기는 어렵다. 국방부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기간이 아까운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만 29세인 배상문은 수년 간 합법적인 방법으로 병역을 미루면서 부와 명예를 쌓아 왔다. 남들이 군복무를 해결할 사이 국내 평정과 미국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제는 전성기를 이유로 병역 연기를 추진하고 있다. 군대에 간다고 해도 선수 생활이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한국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차범근은 만 23세이던 1976년 10월 공군에 입대해 1979년 5월 전역했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을 해 성공 신화를 썼다. 차범근은 골프보다 전성기가 훨씬 짧은 축구 선수로 뛰면서도 국방의 의무를 모두 마친 뒤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국내 선수들이 미국에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준 최경주도 정상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해결한 케이스다. 최경주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버릴 수 있는 것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버티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후배 배상문에게 조언했다. 배상문은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올림픽 메달이라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선수 생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만일 그의 바람대로 올림픽 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뜻대로 시상대에 올라 병역 혜택을 받더라도 과연 진심을 담은 축하를 받을 수 있을까. 13일 PGA 투어 현대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6위로 마친 배상문은 조만간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배상문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이미 늦은 감이 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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