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한국학중앙硏원장 "한국학 대중화에 역점"
한국학중앙연구원 기자간담회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2015년 키워드로 '소통'과 '공감'을 꼽았다. 한국학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보다 흥미롭게 한국학을 향유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 9월 한중연 원장으로 취임한 이배용(68) 원장은 27일 간담회를 열고 "한중연의 저력과 콘텐츠들을 전달하는 일에 취약했다.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 후 '한국학 콘서트' '세종시 찾아가는 한국학아카데미' '건양대학교 찾아가는 한국학 아카데미' '대구광역시 교육청 찾아가는 한국학 아카데미' '국회 인문학 아카데미' 등의 사업을 진행했지만, 아직 "안에서만 업적을 쌓았다. 밖에서는 한중연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과 소통의 다리를 놓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는 판단이다. 한중연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학 대중화사업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추진하는 사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지인 '시권(試券)' 전시다. 시권은 조선시대 양반사회의 문화적 본질을 파악하고 과거제도의 내용적 실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조선시대 선조들은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 임금과 시험관들은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장서각에 보관 중인 300여 개의 답안지에는 시대의 울림과 정신, 미래를 향한 헌신과 열정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한중연은 전시를 위해 시권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자료를 엄선하고 정확한 탈초를 거친 후 역주를 진행해 과거시험의 구체적인 절차와 과정 등을 실제와 같이 재현할 예정이다. 출판물로도 나올 예정이다.
시권뿐 아니라 조선시대 한글사용의 중요 주체인 여성들이 갖고 있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의식을 맥락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한글 편지에 나타난 여성의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의식 연구',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의궤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조선왕조 의궤의 기록유산적 가치 연구' 등 고전자료의 현대화 사업이 진행된다.
이배용 원장은 "스토리텔링이 안 되면 번역해봤자 읽기 힘들다. 번역과 함께 스토리텔링하는 걸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스토리텔링이 가미되면 우리 보물이 수장고에 잠자는 게 아니라 국민의 문화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분당·판교 소재 10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찾아가는 한국학 콘서트' 사업은 2015년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맞춰 전국으로 확대 추진한다. 해당 사업은 한국학 연구 성과를 사회로 환원하는 대중화 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역사와 전통문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2004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 사업, 외국 교과서를 검토해 한국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는 한국바로알리기 사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광복 70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다양한 사업도 기획하고 있다.
이배용 원장은 "기관을 알리는 홍보차원이 아니라 인문학의 정신을 전달해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게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원장은 '자리 만들기' 논란이 일었던 한국학고등연구소 신설 문제에 대해서는 "구성원뿐 아니라 국내외 석학들과도 광범위한 소통과 연구의 융합을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기존 센터와는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