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비유 다양한 인간 군상?소망에 관한 성찰 일품
"원작의 힘이 대단하다. 사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나기 전에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특정한) 대본을 가지지 않고 연극을 해왔다. 거기서 한계를 느꼈을 때 이 작품을 만났다. 아주 쉽게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인데 한장 넘길 때마다 그 안에 답이 있더라. 인물들도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의 각색·연출을 맡은 송인현 극단민들레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원작으로 삼은 황선미 작가의 동명 장편동화에 대해 이같이 흡족해했다.
지난 2000년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판매량 150만부를 기록 중이다. 해외 25개국에 판매됐다.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영문판 출간 한 달 만에 영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폐계가 돼버린 양계장 닭 '잎싹'이 알을 품어 자신의 아기를 보고 싶다는 작지만 강렬한 소망을 스스로 이뤄 나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송 대표는 2002년 이 작품을 연극 버전으로 선보인 장본인이다. 그는 "출판사에 가서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이것은 애니메이션용이지 공연용이 아니라고 했다. (무대라는) 한계 안에서 상상을 해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져 220만 관객을 끌어모으기도 한 이 작품을 송 대표는 "'물체극' '오브제극' '테이블극' 등으로 요리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큰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해를 품은달'과 '그날들', 연극 '모범생들'의 이다엔터테인머트가 제작에 나서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캐릭터 연계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뮤지컬화가 가능해졌다.
뮤지컬로 옮기면서 두 넘버에 대해 집중했다. "하나는 나그네다. 중년의 날개가 꺾였지만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원작에는 없지만 '잎싹'이 아기를 처음 낳아서 아기에게 불러주는 노래에도 집중했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모든 노력들이 진정한 힘이자 혁명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뮤지컬을 통해서 각자 인물들을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암탉뿐 아니라 늙은 개, 족제비, 천둥오리 등 동물을 통해 비유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소망에 관한 성찰이 일품이다. 송 대표는 어린이극은 유치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잎싹을 맡은 배우 한혜수 역시 "작품 속 동물들의 모습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동의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자기 애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태교 때는 너무 아름답지만 (아기가)세상에 나오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안다. (암탉을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따로 준비했다기 보다 자식을 키우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동물의 움직임을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법하다. 극에서 나무를 비롯해 닭, 족제비, 천둥오리를 번갈아 가며 연기하는 원성준은 "동물들 움직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익숙해질 때까지 쉴 새 없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움직임 감독을 맡은 연극 연구소 명랑거울 대표단원 권석린은 "잎싹이 사건을 겪고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그래서 입싹의 시각에 맞춰 다른 동물들의 상태를 구성했다"고 알렸다.
작곡을 맡은 민경아는 "작품이 특정한 관객층(어린이)을 포커스로 둔 게 아니라서 무엇보다 음악을 심심하게 가고 싶었다"면서 "꽉 채우지 않고 빈틈 있게 만들어야 어떤 층이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리, 닭, 개 캐릭터와 움직임도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프로듀서를 맡은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가족들이 함께 보러 와서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류수화, 현순철, 나세나 등이 출연한다. 3월1일까지. 3만5000~7만원. 02-762-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