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권주자들, TV토론서 ‘재격돌’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왼쪽부터) 후보가 손을 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들이 29일 TV토론에서 다시 맞붙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전국으로 생중계된다는 점에서 후보자들 간 공방이 더욱 뜨겁게 벌어졌다.
박지원 후보는 통합진보당 연대 문제와 호남총리론을 앞세워 문재인 후보를 집중 공략했고, 문 후보는 이에 적극 대응했다. 이인영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을 화두로 한 정책토론에 공을 들이며 두 후보와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文-朴 불꽃공방…"친노 수장으로 뭘 했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 후보와 문 후보 간 설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박 후보는 '대권-당권 분리론'과 대선패배 책임론으로 문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였고, 문 후보도 이에 지지 않고 맞대응하면서 토론회의 분위기는 고조됐다.
박 후보는 통합진보당과 연대문제에 대해 "(예전엔) 그 때 가서 국민여론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선 긋자고 한다"며 "(대선 당시)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공격했을 때 문 후보가 제동을 잘 걸었으면 대통령에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색깔론 때문에 시달린 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며 "다시 색깔론을 말하는 것은 자해행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 당은 오른쪽, 왼쪽이 아니라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문 후보는 지난 2년 반 동안 대북정책에 거의 함구해왔다. 이제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자는데 그렇지 않다가 지금 (연대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색깔론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받아쳤다.
문 후보는 '호남총리론'을 먼저 거론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박 후보를 향해 "박근혜정부처럼 인사편중이 심한 정부는 없었다. 이번 인사도 탕평 없고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다"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조차 호남 출신 장관을 배출해야 했다. 제 말이 무엇이 다르냐. 박 후보가 비난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제가 비난하는 건 아니고 요새 문재인 후보가 호남을 굉장히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 진짜 감사하다"고 밝힌 뒤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문 후보가 호남 총리를 촉구했으면 진실성이 있었다"며 "어쩐지 조금 (문 후보의 대응이)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저렇게 깨끗하고 밝은 사람은 대통령 후보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런데 문 후보는 혼자 당권, 대권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당권-대권 분리론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박 후보는 오랜 관록을 자랑하면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나 김무성 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다, 소통이 잘 된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변화와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 대선 때 새정치와 혁신을 공약했지만 패배해 실천할 기회가 없었다. 당 바꿀 기회를 받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는 "친노의 수장으로 뭘 했나"라고 일침을 가하면서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후보자와 호흡을 맞춰서 정치를 살려나가는 게 뭐가 나쁜가. 여당이 원수냐"고 맞받아쳤다.
이들은 공천혁신 방안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는 지난 총선과 재보선 패배를 놓고 책임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지난 총선 누가 공천했나. 그 때는 공천 다 하고 나서 이제 다시 대표되면 그렇게 안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문 후보는 내가 대표되면 제왕적 대표가 될 것이라고 네거티브 했다. 나는 완전 국민경선제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우리 당을 결정적으로 망친 것은 지난 지방선거 재보선 때 전략공천이 원칙 없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걸 친노가 했나. 박 후보가 당 중심이지 않았나"라며 "왜 자꾸 남 탓을 하고 친노 비노 책임을 돌리나. 이제 분열을 이야기하지 말고 어떻게 혁신하고 발전할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문 후보는 또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난 공천을 안 해봤다. 6·4지방선거 때 나는 지도부에 있지도 않았고 (공천에) 아무 참여도 못했다. 그런데 문 후보는 친노의 수장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李, 정책토론으로 차별화 시도= 이날 문 후보와 박 후보가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노동과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들의 설전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우리 당의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민생 목소리를 듣고 싶었을 것"이라며 "당권-대권 논란, 호남총리론 등은 잘못하면 새누리당이 만세를 부르고 이간질을 받을 만큼 위험한 주제도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것 보다 중요한 것은 친노·비노, 영·호남, 계파질서, 지역구도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 대안을 내놓는 것"이라며 "두 분은 호남·영남, 친노·비노 당사자 돼서 반복되는 논쟁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답은 이인영"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우리 서민 소득을 올려주는데 임금을 올려주는 것 말고 더 좋은 것은 없다"며 "근로조건과 임금조건이 안 좋은 비정규직 임금이 최저임금을 통해 보존되거나 적어도 1만원 시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그러나 "현재 최저임금이 5580원인데 이걸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해마다 10% 인상해도 23년 돼야 가능하다"며 "급진적으로 올리면 뜻은 좋은데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들이 인상을 부담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정치과잉'이라는 이 후보의 비판에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해봤어?'란 말을 인용해 "저는 경제위기를 극복해왔다. IMF(국제통화기금)를 극복했고 세계제일 기술강국에 앞장섰다. 남북관계 개선해서 개성공단 얼마나 발전했나"라며 "이제 정치이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내가 당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로 각각 문전성시(門前成市·대문 앞이 손님들로 북적이다), 환부작신(換腐作新·낡은 것을 새 것으로 바꾸다), 금귀월래(金歸月來)를 꼽았다.
문 후보는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들의 지지가 모인다"며 전국정당을 약속했고, 이 후보는 "문 후보가 되면 그대로이고, 박 후보가 되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금요일엔 지역구로, 월요일엔 국회로 가겠다'는 공약을 지켰다며 "당 대표는 약속도 지키고 성실하고 치열해야 한다"고 적임자를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