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공소사실 입증 안 돼"
김 前청장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낱낱이 밝힐 것"
권은희 前과장 증언 배척…檢 '모해위증' 고발 사건 수사 본격화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57)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9일 공직선거법 및 경찰공무원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 노트북 등의 분석범위를 설정하게 된 이유와 판단 과정, 디지털증거분석결과 보고서와 보도자료의 작성 및 언론브리핑이 이뤄진 경위와 내용, 김 전 청장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려는 의도로 여러 지시를 한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한 검사의 주장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인 행위를 말한다"며 "김 전 청장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것일 뿐, 특정 후보자에 대한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선고 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변함없이 저를 믿고 격려해준 분들의 격려와 믿음이 억울함, 분노, 고통을 극복하게 했다"며 "빠른 시간 내에 '나는 왜 청문회 선서를 거부했는가' 라는 책을 통해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역사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고 전했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12월 18대 대선 직전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하도록 외압을 행사하고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려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1·2심은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를 은폐·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수사 발표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며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검찰 측에서 제시한 유력한 간접증거였던 권은희(41)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의 증언 역시 1·2심에서 모두 증거능력이 배척됐다.
결국 이날 대법원의 선고로 김 전 청장의 모든 혐의가 벗겨지면서 권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해 7월 "권 전 과장이 김 전 청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서울경찰청이 계속 수사를 방해해 여러 차례 항의했다' 등의 거짓 진술을 했다"며 권 의원을 모해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현재 해당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동주)가 수사 중이다.
검찰은 권 의원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여 당시 상황과는 다른 허위 진술을 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경찰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왔으며, 이르면 다음달 초 권 의원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참고인 조사가 더 남았다.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경찰관들을 더 조사해야 한다"며 "이후 권 의원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전 청장에게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지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현재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남아 있는 나머지 사건들에 대한 선고 결과도 주목된다.
원세훈(64)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전현직 간부 2명은 오는 2월9일 서울고법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국정원 전 직원 김모씨와 정모씨·전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팀장 박모 경감 등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