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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로빈훗', 민심 뮤지컬이죠"..
사회

"'로빈훗', 민심 뮤지컬이죠"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2/01 16:19 수정 2015.02.01 16:19
왕용범 연출,뮤지컬계 아이돌 조련사 정평




"'로빈훗'이 재미있는 건 1000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지금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죠."
뮤지컬 '로빈훗'의 왕용범 연출은 30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로빈 후드는 본래 잉글랜드 민담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이다. 60여 명의 호걸과 함께 불의한 권력에 맞서고 부자들을 약탈, 가난한 이를 돕는 의적으로 그려진다. 소설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소재로 친숙하다.
뮤지컬 '로빈훗'은 십자군 전쟁 중이었던 12세기 유럽, 왕을 살해한 반역 죄인의 누명을 쓴 로빈 록슬리가 의적 로빈 후드로 변해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그린다.
'활'처럼 쾌속 질주하는 활극(活劇)으로 '삼총사'의 모험담과 '레 미제라블' 속 민중의 애환이 어우러진다. 2005년 12월 독일 브레멘뮤지컬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을 한국에 맞게 각색했다. 왕용범 연출의 장기와 관심을 대중적으로 잘 버무렸다. 대중적인 코드의 작품으로 뮤지컬계에서 일부 저평가 받는 그는 유쾌함과 진지함을 종횡무진인 특유의 연출력을 '로빈훗'에서 각인시킨다.
극 속에서 민중들이 존 왕과 길버트에 대해 가장 크게 분노하는 것이 과도한 세금 징수다. 특히 최근 정부의 연말 정산 파동과 맞물리며 일부에서는 '연말정산극'이라 부르고 있다.
왕 연출은 "(로빈 후드 역의) 이건명 배우가 의도치 않게 시대적인 것이 반영됐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라면서 "누굴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연습을 하면서 가사, 대사 한마디에 울컥할 때가 있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의도치 않았지만, 예술가와 배우가 관객을 대변하고 나라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화살이 된 것 같다"고 봤다.
'삼총사' 같은 활극이 장기인 왕용범 연출은 지난해 초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준 소외된 자에 대한 관심을 '두 도시 이야기' '조로'를 통해 민중으로 확장됐다. 이번에는 그 농도가 더 짙다.
"저희끼리 공연하면서 울컥해요. 정치적인 성향보다는 '민심 뮤지컬'이라고 할까요. 관객들의 마음으로 같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 부분이 장점이 됐습니다."
절친한 친구 '길버트'에게 배신당한 뒤 정의를 실현하려는 로빈 후드를 맡은 이건명도 "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저희가 (대본에) 세금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었을 때 30일 지금 '세금 문제'가 불거질지 몰랐다"면서 "오래전부터 써놓은 것으로 우연한 일치다. 하지만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부분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로빈훗'의 또 다른 장점은 '슈퍼주니어' 규현, '비스트'의 양요섭을 아이돌이 아닌 뮤지컬배우로서 재발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규현과 양요섭은 왕의 재목으로 성장해나가는 '필립 왕세자'를 제 옷 입은 양 소화한다. 왕세자의 킬링 넘버인 발라드풍의 '변명'은 물론 아기자기한 '왕이 되기 싫어' 등의 노래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넘버를 부르면서 움직이는 신도 많은데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왕 연출은 뮤지컬계에서 아이돌 조련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제 불만 중 하나는 규현과 요섭이가 뮤지컬 무대에서 공연하는데 뮤지컬배우가 아닌 아이돌 수식이 붙는다는 점"이라면서 "두 친구가 가수를 하고 있지만, 뮤지컬 배우로 생각해요. 아이돌이라고 생각하고 만난 적이 없어요"라고 전했다.
규현과 요섭이 필립 역을 잘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섭외했다고 강조했다. "흥행을 위한 아이돌 캐스팅으로 볼 수 있는데 작품을 보면 두 사람이 뮤지컬 배우로서 공연에 충분히 이바지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JYJ의) 시아 김준수와 옥주현 역시 아이돌 출신이지만, 이제는 뮤지컬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있잖아요. 요섭과 규현도 더 열심히 해야 하지만 뮤지컬배우로서 인정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삼총사' '잭더리퍼' '프랑켄슈타인' '조로'로 왕 연출과 시너지를 확인한 이성준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다. 3월2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로빈훗 유준상·엄기준, 필립 왕세자 박성환, 마리안 서지영·김아선, 조이 김여진·다나. 프로듀서 김선미, 안무 서병구, 조명디자인 민경수, 무대디자인 서숙진, 음향디자인 권도경. 6만~13만원. 엠뮤지컬아트·쇼홀릭. 02-764-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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