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40주년 콘서트
가수 전영록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80년대는 가수 전영록(61)의 시대였다.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등 히트곡을 냈을 뿐 아니라 그가 주연한 영화 '돌아이'는 시리즈로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청바지와 선글라스로 대표되는 그의 패션은 당시 거리에서 흔했다.
"제가 만든 곡에게 1위 자리를 내어준 적도 있죠."
그는 작사, 작곡가로도 잘 나갔다. 탤런트 김희애가 지금도 방송에서 종종 부르는 '나를 잊지 말아요'를 비롯해 '바람아 멈추어다오'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얄미운 사람' 등 제목만 들어도 후렴구가 연상되는 곡들이 그의 작품이다.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는 원래 제가 부를 생각이 아니었어요. 가수 나미씨를 주려고 만든 곡인데 당시 나미씨가 '빙글빙글'을 부르고 있었어요. 주변에서 저한테 부르라고 해서 춤도 못 추는데 멋쩍게 춤을 췄던 기억이 나요. 공교롭게 '불티'도 그런 식으로 부르게 됐죠."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던 전영록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딸 보람(29)이 걸그룹 '티아라'로 인기를 누릴 때 '보람의 아버지'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전부인 듯 했다.
"가만히 보면 복고 열풍 속에서도 80년대는 빠져 있어요. 어디서도 다뤄주지 않아요. 잊힌 거죠. 80년대가 팽개쳐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울한 생각도 들었어요."
살펴보면 전영록이 사라진 게 아니라 대중이 그를 잊었다. MBC TV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영화 '쎄시봉',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등이 마련한 복고 열풍에도 80년대의 것이 빠졌다는 생각이다.
"7080이 주목받은 적도 있지만 거기도 대학가요제 출신들만 나와요. 80년대는 빠져있어요."
"죽을 때까지 제 노래를 하려 한다"는 그지만, 방송사들은 그를 추억으로만 활용했다. 음악을 듣고 곡을 만드는 게 아직도 일상이지만 노래할 곳이 없었다.
"요즘에는 말하는 프로그램만 있어요. 저도 노래를 좀 해야 합니다. 노래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있는 대로 나가겠지만, 그것도 불러줄 때의 이야기지요." "TV 프로그램 나가면 한결같이 같은 곡을 부르게 해요.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등이요. 왜 다른 노래는 안 시켜주지, 하다가 저도 꺾여서 안 나가게 되는 거에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죠."
전영록이 말하는 '여기'는 3일 열린 데뷔 40주년기념 콘서트 관련 기자회견이다. 그는 3월8일 오후 6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관객분들이 저 혼자 부르는 걸 듣고 계시는 것보다 같이 부르시길 원하시더라고요. 대중음악은 같이 부르는 게 대중음악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됐죠. 같이 불러주십사 하는 공연을 마련하겠습니다."
히트곡 무대, 자작곡 무대, 아버지인 황해(1920~2005) 선생과 어머니인 백설희(1927~2010) 선생을 추억하는 가족들의 곡을 새롭게 편곡한 무대, 80년대 모두가 즐겨 부르던 팝과 포크음악들로 꾸려지는 추억의 무대 등 4개 파트로 구성된다.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한다.
"관객분들은 제 노래를 듣고 싶으신 게 아니라 제 노래를 통해서 그 당시로 가고 싶어 하시는 거 같아요. 저는 타임머신 기계가 되겠습니다. 그 당시의 '영자' '철수'를 찾아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