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약속' 대한항공은 변할 수 있을까
"박창진 사무장의 근무와 관련해 어떤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을 법정에서 약속한다. 회장으로서 박창진 사무장에게 사과한다. 대한항공의 회사 문화를 쇄신하도록 노력하겠다."
'박창진 사무장이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수 있을 것 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답이다.
재판부는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판에 부친인 조 회장을 직권으로 불러 세웠다.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인물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다. '피해자'이면서도 '내부 고발자'라는 중첩적 지위를 가진 박 사무장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사회 전반에 깔린 우려를 덜어내기 위한 재판부의 고뇌라고 본다.
주목할만한 반응 하나.
워낙 세상의 이목을 끌었던 '땅콩 회항' 사건이라 다양한 취재원을 접촉, 다각도에서 팩트(fact)를 확인해야 했다.
이 와중에 만났던 대한항공 직원들은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언론접촉을 포함해 이 사안과 관련한 모든 행동이나 말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접촉 자체를 극도로 기피했다.
일종의 '자체검열'.
그동안의 취재와 보도를 종합할 때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조 전 부사장을 구하기 위해 책임전가는 물론 사실 은폐, 조작, 매수라는 범죄 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이 모든 행동이나 반응은 '땅콩 회항=족벌왕국으로 변질된 한진그룹의 기업문화'라는 사실만 확인시켜주었다.
조 회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딸을 잘못 키운 '가장'으로서의 잘못을 사과했다. 변질된 대한항공 조직문화에 대해 자체 변화도 천명했다.
대한항공은 진정 변할 수 있을까.
일회성 쇼였다면 '또 다른 땅콩 회항'은 반드시 발생할 것이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한진그룹이 변했다, 오너 일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세간의 평가를 머지않아 확인하고 싶다.
뉴시스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