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팝 밴드 벨앤세바스찬, 12일 서울 악스 코리아서 공연
벨앤세바스찬, 스코틀랜드 인디팝 밴드.사진=강앤뮤직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인디팝 영웅으로 통하는 '벨앤세바스찬'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음악을 하는 포크 밴드다.
팀 이름도 프랑스 작가 세실 오브리(Cecile Aubry)가 쓴 소년과 강아지에 관한 동명의 어린이 동화 'Belle et Sebastien'에서 따왔다.
벨앤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47)은 뉴시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삶의 어떤 부분에서 동화를 만들어 내는 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순수하거나 바보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화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믿음은 신념과 용기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음악에 자신을 완전히 맡기는 모습을 좋아한다. "방식은 다양할 거다. 조용히 서서 음악을 느낄 수도 있고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우리가 공연을 즐기는 그 기분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는 것이다."
벨앤세바스찬은 스코틀랜드 뉴 포크 무브먼트를 일으킨 그룹으로 평가 받는다. 냉소적인 노랫말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결합된 음악을 선보인다. 클래식 요소를 작곡 및 녹음 등에 사용하는 '챔버팝'을 대표하기도 한다.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9집 '걸스 인 피스타임 원트 투 댄스(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는 훨씬 더 다양한 사운드가 도입됐다.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면모가 강화됐다.
"이전부터 천천히 진행해 오던 변화의 일부다. 짧지 않은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이전 앨범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의견도 오갔다. 멤버 모두가 사람들이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데 꽤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프로듀서 밴 엘런을 만난 건 우리의 그런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머독의 영화 감독 데뷔작 '갓 헬프 더 걸'이 12일 국내 개봉한다. 머독이 작곡, 작사한 곡들도 삽입됐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위태로운 방황의 시기를 겪던 소녀 '이브'가 자신이 정말 원하고 잘하는 것이 음악이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성장담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모든 곡은 2009년 앨범 '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로 먼저 발매됐다. 머독이 2003년 달리기를 하던 중 최초로 떠올린 악상에서 출발해 완성됐다.
"영화의 아이디어는 거의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난 내가 송라이터가 될 거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돼 있었고 영화감독도 돼 있었다. 우연히 여성 싱어를 위한 음악을 만들면서 시작된 일이다."
곡 작업을 마무리하고 대본작업에 들어가던 2006년 말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웨스 앤더슨과 작업한 베리 멘델이 벨앤세바스찬 홈페이지에서 영화 정보를 확인하고 머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작업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였는데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굉장히 들떠있었고 모든 일을 함께 했다."
앨범을 토대로 영화 작업을 한 것이 이색적이다. "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마침 곡들을 레코딩할 수 있는 기회가 먼저 왔다. 음악 레코딩과 영화 제작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건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집중해 레코딩을 먼저 진행했다. 참여한 싱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조율했다. 완전히 독립적인 작업이었다. '갓 헬프 더 걸'에 참여한 오리지널 싱어들과 함께 투어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정리가 된 후에 영화를 시작할 동기를 얻은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한 머독은 "내게 영화는 정말 낭만적이고 우아한 예술"이라고 했다. " 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앞으로 영화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영화의 광팬이다."
2010년 지산록페스티벌를 통해 첫 내한한 벨앤세바스찬은 두 번째 내한 공연이자 첫 단독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다. "오랜만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노래하고 춤췄으면 좋겠다. 진솔하고 즐거운 농담도 오가는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
지난 내한공연에서는 "팬들이 무대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했고 어느 순간 내가 객석 중앙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한국관객들은 열정적이다. 정말 사랑스러운 공연이었다"고 회상했다.
머독은 미디어 노출을 꺼리지만 페이스북의 'Q&A 세션' 등을 통해 팬들과 접촉하고 있다. " 팬들과의 소통기회를 찾았을 뿐이다. 투어로 바쁘고 다른 작업들이 겹치다 보면 여유가 사라지는 것 같다. 팬들의 소소한 일상을 우리와 공유하는 건 커다란 힘이 된다. 알다시피 우리는 미디어나 SNS에 발 빠른 사람들은 아니다."
80년대 영국의 대표적인 컬트 밴드인 '펠트(Felt)'의 리더를 만나겠다고 90년대 초 무작정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런던으로 향했던 머독은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와 대학에서 뮤직 비즈니스 수업 기말고사 프로젝트로 벨앤세바스찬을 결성했다. 모두 대학생이었던 멤버들은 전문적인 뮤지션이 될 생각은 없었다. 1996년 기말 과제로 시작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데뷔 앨범 '타이거밀크(Tigermilk)'는 LP로 1000장을 찍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덧 데뷔 20년차가 됐다. "우린 정말 운이 좋았고 지나온 모든 과정에 감사한다. 하지만 밴드가 더 커지거나 대중적으로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소수 취향의 음악을 하고 있고 이제껏 우리가 하는 음악에 충실했을 뿐이다."
50년 뒤에는 '올드팝 스타일'이 될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여겼다. "전통적인 기반 위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터라 큰 시장과 연결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린 이제 젊지도, 섹시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소통은 이어진다. 음반을 내고 이전보다는 훨씬 더 공연에 적극적이다. "이번 앨범엔 춤출 수 있는 곡들이 늘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클래식한 벨앤세바스찬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새로움을 전달하는 것이다." 12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악스 코리아. 12만1000원. 강앤뮤직·프라이빗커브. 02-563-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