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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지옥서 가능성 찾는, 고병권‘철학자와 하녀’..
사회

지옥서 가능성 찾는, 고병권‘철학자와 하녀’

운영자 기자 입력 2014/05/26 21:48 수정 2014.05.26 21:48
▲     © 운영자
“철학은 인간 안에 자기 극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모든 것을 잃은 지옥에서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음을, 아니 모든 것을 잃었기에 오히려 인간이 가진 참된 것이 드러난다는 걸 철학은 말해준다. 깨달음은 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천국에는 철학이 없다’)
당장 삶과 생존이 걱정인데 철학과 인문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철학자와 하녀’을 펴낸 인문학자 고병권은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비정규직, 장애인, 불법 이주자, 재소자, 성매매 여성 등 사회 약자들의 곁에서 철학을 함께 고민해온 현장 인문학자다.
책의 제목에서 ‘하녀’는 권력의 테두리 속에서 ‘법’ 없이 사는 것을 자랑삼아온 소시민을 뜻한다. 고씨는 “철학자라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 ‘하녀’도 철학을 통해서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철학은 ‘새로움’의 공부다. 자기 계발과 위로의 인문학이 체제에 편입하기 위한 공부라면, 철학은 나의 생각을 점거했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부수는 공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것이 무력감에 빠진 평범한 소시민에게 ‘철학’이란 도구를 안겨주자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과 철학자는 서로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씨가 안양 교도소에서 철학을 강의하게 됐을 때, 어느 재소자는 “왜 우리가 지금 여기서 철학을 공부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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