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난민'에 공감합니까
'전세난민'
저금리 시대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2년마다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는 21세기 한국의 시대상이다.
아파트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고,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한다. 내 집 마련은커녕 전셋집 마련도 녹녹치 않다.
대한민국에서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꿈인 것 같다.
예전에는 내 집 마련의 희망이 현실이 된 시절도 있었다. 그리 먼 시절도 아니었다. 개인사를 거론하자면 지금은 '내집마련'에 성공한 기자 역시 어린 시절 기억은 '이사만 열번'.
당시엔 내남없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이라 전세나 월세살이부터 시작해 자기 집을 가질 때까지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과 누님 포함 네 식구 생활은 늘 빠듯했지만 결코 절망하지는 않았다.
열심히 저축하고, 알뜰살뜰하게 살다보면 반드시 우리집을 가질 것이라는 '현실 가능한 믿음'을 버린 적이 없었다. 그리 살다보면 어느새 믿음은 현실로 이뤄졌으니까.
요즘시대라면…기자 주변의 젊은 세대들은 '월급 모아 집산다'는 생각 자체를 '블랙 코메디'로 바라본다.
땅콩만한 집 한 채도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상황에서 '매달 악착같이 모아봤자 연간 1000만원 모으기가 아득한데 내집 장만하겠다고 아까운 청춘 모두 바쳐야 하느냐'는 눈길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1·13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방안까지 9번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2.7개월마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왔다.
결과는...각종 대출 제도와 규제 완화는 서민에게 가계빚만 잔뜩 얹었다. 오히려 '돈이 풀린다'는 기대심리로 전셋값만 더 끌어 올렸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전세 찾기도 쉽지 않다.
'내 집 마련'이라는 희망고문에 우리 젊은이들이 지쳐간다. 차라리 30년 전이 행복했다는 자조어린 푸념도 자주 들린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없는 서민'으로 향하고 있다는 믿음이 갈수록 옅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