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악기까지 직접 연주 '액터뮤지션' 뮤지컬‘주목’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윈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오디션' 프레스콜에서 배우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인기 웹툰 '무한동력' 주인공의 대사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꿈을 좇으며 살라는 말이다.
그러나 팍팍한 현실 앞에 꿈을 잊은 지 오래다. 누구도 '꿈이 뭐냐'고 묻지 않는다.
뮤지컬 '오디션'의 공연제작사 오픈런뮤지컬컴퍼니 박용전 대표는 13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무대 위 6명의 인물에게 느껴지는 동질감이 작품의 힘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오디션'의 연출·극본·음악을 책임졌다.
밴드 '복스팝' 멤버들의 이야기다. 밴드 음악을 하겠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이들의 하루하루를 무대위에 녹여냈다.
무대 공포증을 앓는 기타리스트 겸 서브 보컬 '병태'는 밴드 클럽 오디션을 망친다.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라이브클럽에서 만난 '선아'를 새 보컬로 영입한다. 이후 6명으로 '완전체'를 이루고 '하이서울페스티벌'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연주한다.
록밴드 멤버가 되는 건 흔한 경험이 아니다. 박 대표는 하지만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특성이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고 했다. "퇴근을 하고 뮤지컬을 보러 왔는데 자신의 삶이 무대에 펼쳐지는 것 같은 그 순간이 있다."
10년은 된 듯한 서울 홍대 구석 라이브 클럽 같은 세트장과 홍대 앞에서 기타를 매고 돌아다닐 것 같은 외모의 배우들이 현실성을 더한다.
2007년 초연 이후 한국뮤지컬대상 극본 상을 받고 지난해까지 7년간 약 1700회 공연했다. 배우들이 연기뿐 아니라 악기까지 직접 연주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캐스팅의 방점은 '뮤지션'이 아니라 '액터'다. 박 대표는 "보여주고 싶은 것은 뮤지션의 정서"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악기를 처음 잡는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밴드 '민트그레이'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찬희' 역의 이화용과 '다복' 역의 최종선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 8명은 5주간 합숙하며 악기를 배웠다. 연주를 시작한 지 5주 차에 불과한 배우들이 대다수나 실력은 수준급이다. 노래는 다들 기본 이상이다. 다만 종종 보컬이 악기 소리에 파묻힌다.
뮤지컬에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낸 박 대표는 10대 후반부터 31세까지 록 밴드 멤버로 활동했다. 밴드 이름은 극과 같은 복스팝이다. 극 중 기타를 치던 병태의 친구가 사망하는 부분 역시 실화다. 박 대표는 "20대를 정리해서 무대에 올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 무대에는 기존 넘버에 새로운 곡이 추가됐다. 복스팝이 라이브클럽 오디션 현장에서 부르는 '좋아서 한다'다. 뮤지컬 연습 중 배우들과 잡담을 하다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대학을 나왔는데 먹고 살 방법이 없고, 종일 일을 해도 월 100만원 벌기 힘든 현실을 담았다.
극은 비극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발랄함과 웃음을 잃지 않는다. 꿈을 노래하는 젊음의 특권이다.
보컬그룹 '2AM' 이창민이 병태다. 그는 기타를 연주하지 못함에도 3주 만에 극 중에서 연주하는 기타곡을 마스터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찬호가 병태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3월1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러닝타임 120분(인터미션 없음). 3만5000원, 5만원. 오픈런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