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경북의 소리..
사회

경북의 소리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2/15 18:11 수정 2015.02.15 18:11
‘땅콩 회항女’의 눈물과 경주 ‘최 부잣집 가훈’
▲     © 房 玘 泰 편집국장
어느 여식(女息)이 아버지를 잘 만난 덕에 응석받이로 자랐다. 아버지가 재벌인 탓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랐다. 그럼에도 아버지 덕에 철부지시절부터 항공사에 입사해 곧바로 수직적으로 승진해 부사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 아버지가 가진 돈으로 세상이 돈이면, 다된다는 사고에 젖었다. 아버지의 비행기에 타고, 서비스가 바르지 않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탄 비행기를 회항시켰다. 이게 화근이 되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법정은 이 여식에게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고개를 숙이고 뒤늦은 후회와 함께 눈물을 쏟았다. 그 좋다는 돈도 법정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변호인은 사법절차에 따라 1심 재판의 사실 오인, 항공기 항로 변경죄 등에 대한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여기에서 여식이 흘린 눈물이 무엇을 보았을까. 재벌가의 여식이 돈의 자리에서 내려와, ‘눈물의 자리’에서 본 것이 궁금하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못 본/ 그 꽃’(고은) ‘그 꽃’에 핀 꽃은 보통사람인 을(乙)의 사는 모습이다. 이 모습에선 돈이면, 다된다는 믿음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보았을까. 평소에 돈이 요술을 부리는 홍두깨가 다 어디로 갔는가를 생각했을까. 돈만 있다면, 만사형통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을까. 돈으로써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던, 그 좋았던 돈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 현실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월급쟁이가 말하는 ‘현대판 노예계약’도 한 장의 휴지가 되는 것도 알았을까.
돈은 써야만, 제 맛이다. 쓰되 잘 써야 한다. 잘 쓴 모법적인 사례가 있다. 최근에 대구·경북 최초로 가족 단위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정휘진·박정인 씨 부부이다. 경동기업 정휘진 대표와 가족 5명인 부인 박정인(82·40호)여사, 상국(60·대구대교수·41호), 유심(58·청구공원 대표·42호), 상호(48·대한상운 대표·43호)씨 등 삼남매가 모두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에 가입했다. 대구?경북 최초로 가족이 모두 1억씩 기부의 회원이 되었다. 재벌가 여식의 눈물과 위의 정휘진 가족의 나눔이 한꺼번에 오버랩이 된다. 정휘진 일가는 고은의 시처럼, 내려와서 사회를 본 것이다. 살되, 참 잘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고은 시인의 ‘꽃 같은 시인’이 되었다.
우리사회에서 부자의 사회적인 역할을 보면, 멀리까지 올라간다. 경주 최 부잣집 가훈이다. ‘절대 진사(제일 낮은 벼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높은 벼슬에 올랐다가 휘말려 집안의 화를 당할 수 있다. 재산은 1년에 1만석(5천 가마니)이상을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1만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했다.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보냈다.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매입하지 말라. 흉년 때 먹을 것이 없어서 남들이 싼 값에 내 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가문의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라’ (전진문/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본지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열리는 외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5년 해외 보건의료정책 담당공무원 초청 연수프로그램’(K-Pharma Academy) 중 도입행사(Induction Ceremony)가 9일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변성희 동의대 교수는 ‘21세기 시대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 경주 최 부자’라는 주제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상황’, ‘경주 최 부자의 6훈과 6연을 중심으로 최 부자가문의 교훈 소개’, ‘최 부자 가문이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 ‘21세기 경주 최 부자로 살아가기’ 내용으로 특강을 가졌다.
당대를 살면서 참으로 경주 최 부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그립다. 그 옛날 농부가 ‘논둑 콩 심기’를 보면, 세알을 심었다. 하나는 논둑 땅속 벌레, 또 하나는 하늘을 나는 새, 나머지 하나는 농부 몫이었다.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다른 생명이나 자연과 나누는 것이 다시 되돌아온다는 자연의 섭리를 알고 있었다.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주인이라는 삶의 지혜 체득이다. 서로가 나누며 어울렸다. 대동(大同)사회에서 ‘동(同)’자는 천막을 치고 그 아래 모두가 모여, 한 식구처럼 밥을 먹는 모습이다. 평화(平和)도 그렇다. ‘화(和)’자는 벼(禾)와 입(口)을 합쳐 ‘쌀이 입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모두가 평등하게 나눠 먹어야만, 평화가 온다는 뜻일 게다. 모든 생명과의 나눔의 밥상공동체 형성이다. 경주 최 부자의 가훈도 마찬가지이다. 재벌가의 여식의 뒤늦은 눈물, 생명존중의 콩 심기, 경주 최 부자의 가훈 등에서 우리의 삶의 활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게 무엇인지는 각자의 몫이라도, 사회가 실천해야겠다. 덧붙인다면, 재벌가의 여식이 눈물을 흘리면서 경주 최 부자의 가훈을 배워 고은 시인의 ‘그 꽃’을 피우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