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가펑클,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서‘첫 단독 내한공연’
아트 가펑클(73)이 무대에 올랐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그 가펑클이다. 폴 사이먼(74) 없이 홀로다. 무대 역시 단출하다. 별이 소곤대는 밤하늘 같다. 반주 악기도 기타 하나. 기타리스트 타브 레이븐이 기타로 그를 지원할 뿐이다.
그런데도 밸런타인데이인 14일 밤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롯데카드 MOOV(무브) 아트 가펑클 인 서울'을 꽉 채웠다. 가펑클의 첫 단독 내한공연이다.
앞서 200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전야행사 격인 '평화음악회'에서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등의 몇 곡을 불렀으나 한국에서 약 80분을 혼자 힘으로 채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펑클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앞서 그는 8일 부산, 13일 경주에서 먼저 공연한 뒤 서울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부산·경주 콘서트는 티켓 판매 저조로 취소됐다. 서울 공연도 티켓 판매가 부진하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이날 공연장에는 3500여명이 찾았다. 잠실 실내체육관 최대 규모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불황인 팝 시장에서 나름 선전했다.
공연 만족도 역시 꽤 높았다. 수줍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가펑클은 빌리 조엘 원곡을 커버한 '앤드 소 잇 고즈'로 포문을 열었다. 무대 위에서는 적극적이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한국말도 빼놓지 않았다.
공연장을 채운 관객의 절반 이상은 중년이었다. 이 콘서트의 티켓을 인터넷에서 단독 판매한 인터파크티켓의 예매자 정보(이날 기준)을 살펴보면 30대 25.8%, 40대 20.7%, 50대가 무려 25.3%였다.
'더 박서' '스카버러 페어(Scarborough Fair)' '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The Sound Of Silence)'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 등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대표곡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환호는 크지 않았지만, 진심과 추억이 묻어났다. 가펑클은 '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부르기 직전 "아리랑 아리랑"이라고 흥얼거리기도 했다.
시인이기도 한 가펑클은 한국인 통역사를 대동한 채 자신이 지은 시를 들려주기도 했다. 9세 막내아들을 위한 시 '보 앤드 더 글로브(Beau and the Globe), 창조물에 대한 시 '크리처(creature)'를 읊었다.
미국 가수 겸 작곡가 랜디 뉴먼(72)의 '리얼 이모션 걸', 미국 거물 록·컨트리 밴드 '에벌리 브라더스'의 '렛 잇 비 미' 등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들의 곡도 커버했다.
특히 화음이 특기인 에벌리 브라더스의 '렛 잇 비 미'를 부를 때는 아들 아트 주니어와 입을 맞췄다. 아들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 못지 않은 미성을 뽐냈다. 부전자전이었다. 얼굴도 꽤 닮았다. 마이크 하나로 화음을 뽐내는 부자의 모습은 정겨웠다. 아트 주니어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웬즈데이 모닝 3AM' 등 2곡을 홀로 불러 아버지가 숨 쉴 틈도 마련해줬다.
가펑클은 약 10년 전 성대결절로 가수 인생 위기를 맞았다. 지금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꿋꿋했다. 특유의 미성 역시 남아 있었다. 음역이 낮아졌고 고음에서 힘이 달리기는 했다. 그러나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안성맞춤인 청아함이 여전했다. 강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빛나는 별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