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로 정부는 담배 가격을 인상한 지 한 달 반 만에 봉초담배 등 저가(低價) 담배 도입을 검토하자는 움직임이 국민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담뱃값이 인상된 지 두 달 만에 정치권에서 봉초담배 등 저가담배를 부활시키자는 의견이 새어나오고 있다. 봉초담배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궐련과 달리 직접 말아서 피우는 '각련'의 형태로 판매되는 담배를 말하는데,유럽 등 궐련담뱃값이 비싼 국가에서는 10%내외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널리 확산돼 있지만 한국에는 이전까지 완제품인 궐련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에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담뱃값이 인상되며 연초와 담뱃 종이, 필터를 구입해서 직접 만들어 피는 수입산 '각련'이 애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수입산 각련의 국내 가격대는 연초 40g(80~100개비)당 6000~8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저가 담배에 대한 요구가 있는 만큼 정책위에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21일 본지 통화에서 "아직 추진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담배 가격 인상으로) 서민층이 느끼는 부담이 크고 민심(民心)이 안 좋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도 18일 "저소득층을 위한 봉초담배(직접 말아서 피우는 담배) 등 저가 담배 활성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저가 담배 도입은 곤란하다"고 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에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세수 확보를 위한 것이었음이 확실히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지난 1월 담뱃값을 인상할 당시 정부는 서민증세의 목적이 아닌 국민들의 건강차원에서 인상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하지만 그 후 2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저가담배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당시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 꼼수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국민 건강'을 명목으로 담배값을 인상한지 두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저가 담배를 도입하는 것은 다시 흡연을 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라는 것. 이에 '병 주고 약 주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