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자격 논란'파문에 “마음의 상처 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취임 및 2015년 사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낙하산 인사' '자격 논란'에 휩싸인 한예진(44)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24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한 예술감독은 이날 국립오페라단을 통해 "일신상의 사유로 다 내려놓고 이만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여러 논란 속에 도전적인 의욕보다 좌절감이 크게 앞서 더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인 피로감이 커 연연할 수도 없게 됐다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짧은 기간 자신에게는 진폭이 너무 큰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뜻을 펼쳐볼 기회조차 없이 언론을 통해 비치는 모습에 가족들이 상처받았다"면서 "개인 과거 일까지 들춰 여러 얘기까지 만들어져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자리에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오페라단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을 임명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일신상의 사유로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한 감독은 이달 3일 예술감독 취임과 2015년 사업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연과 지연을 끊고 탕평 캐스팅을 통해 실력과 기량만으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벽은 높았고 정말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한다"면서 "음악계 원로들의 지혜를 구하는 데도 부족함이 많았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얻는 공감과 소통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자격 미달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시위까지도 불사하며 비난하셨던 분들이 음악계 전체를 대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분들도 한국 오페라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본다"면서 "이젠 그분들도 제자리로 돌아가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력을 허위로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경력을 부풀려 서류를 낸 것처럼 의심하는 보도도 있었지만, 자료 배포와 의사소통 과정에서 실수였음을 거듭 분명히 말씀드린다."
문체부는 한 예술감독 임명 자료를 내면서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경력을 실제보다 11년 많게 기록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문체부는 한 감독이 특임교수를 맡은 해로 기록한 2003년은 2013년의 오타라고 해명했고 한 예술감독 측 역시 실무자의 실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감독이 상명대 특임교수를 맡은 것이 2014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 감독은 "그 실수 또한 저의 책임이다. 이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대로 무대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간 낙하산 인사라며 한 감독 임명 철회를 요구한 한국오페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오늘 밤 긴급회의를 할 것"이라면서 "정리되는 대로 견해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한 감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와 함께 1인 릴레이 시위, 세종시에 있는 문체부 청사 앞 항의시위 등을 진행했다.
한 감독은 그간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간담회에서도 "(제가) 갓 태어난 아이인데 지켜봐 주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미션을 수행하게 1, 2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그때도 많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혹독하게 질책해달라"고 했다.
문체부는 한 감독의 사표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체부 김태훈 대변인은 "한 감독이 문체부에 사표를 제출하거나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서 "언론사들에 이메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 사표가 제출되면 검토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