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김기종, 과거 '콘크리트 사건' 판결문 보니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에게 흉기 테러를 가한 김기종(55)씨는 과거 주일일본대사에게도 콘크리트 테러를 가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전력의 소유자다.
5일 입수된 당시 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면 2010년 7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강연에 참석해 강연자였던 주한 일본대사 시게이에 도시노리에게 가로길이 7~10cm가량의 콘크리트 조각을 2개를 집어던진 혐의를 받았다.
김씨는 시게이에 당시 대사가 '한·일 신시대 공동 번영을 지향하며'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친 후 질의응답을 받자 "독도를 왜 다께시마라고 하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했다.
김씨는 이후 시게이에 대사가 답변을 않자 '주 대한민국 일본 시게이에 도시노리 대사님'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해온 유인물을 전달하려 강연장 단상 앞으로 나갔다.
김씨는 그러나 진행요원들이 자신을 저지해 시게이에 대사에게 접근할 수 없게 되자 소리를 지르며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강연에 참석하기 전에도 평소 독도문제와 관련해 주한 일본대사 앞으로 수차례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3등 서기관이었던 일본인 여직원이 김씨가 던진 콘크리트 조각에 맞아 전치 1주의 부상을 당했다.
검찰은 당시 김씨에게 외국사절폭행죄 및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흉기 상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외국사절폭행죄는 형법상 '국교에 관한 죄'에 속하며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과 관련된 형벌조항으로 꼽힌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를 처벌로 규정하고 있어 형량도 무거운 편에 속한다.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황상현·박찬종 변호사는 "주한 일본대사관이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독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김씨의 행위는 영토주권의 침해에 대한 항의이므로 '대한민국의 대외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이 홈페이지에서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에 의한 독도 점거는 불법'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게시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대립하는 국가라도 외국사절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한다면 이는 상호 물리적 충돌의 악순환을 가져온다"며 "대한민국의 외교작용을 저해하고 국제사회 분쟁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이유로 김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 직후 검찰과 김씨 모두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이 판결은 같은 해 11월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