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문제를 두고 연일 시끄럽다.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음달 1일 사드 문제를 논의할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사드 도입에 줄곧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당에서는 중국 측이 최근 방한해 사드 배치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데 대한 불쾌감도 나왔다.
정부가 사드 문제 등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당이라도 안보 문제에 있어 중심을 잡고 나가자는 주장과 함께 과도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음 달 1일 사드에 대해 논의할 의총 개최 계획을 밝혔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의견이 수렴되면 (청와대와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에 앞서 김무성 대표는 사드 도입 논란에 대해 "당에서 토론해 결정할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고 '사드 의총' 개최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면서 당의 '투톱'이 사드 의총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사드 도입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방어하기 위한 수단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가 국가 안보나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하고 AIIB 가입도 직접 권유하고 나선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사드 도입에 관해 "정부가 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며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요청이 없었기에 결정이 없었다고 하는데 미국 요청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화되는 핵위협에 대해 어떤 안정적 자위수단을 강구할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가 모든 것을 잘 파악하고 국익을 최선을 다해 수호해가고 있다면 우리는 정부만 믿고 힘만 실어주면 되지만 그게 아닌 것을 뻔히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당이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책임있는 집권당의 역할이 아니고,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정치인의 책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내부에서도 핵 문제, 미사일 문제가 우리 안위에 있어 절체절명의 위협인가에 대한 부분, 이것으로부터 우리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국민 안전을 담보 위한 노력, 국론을 모으는 당론이 집권당과 정치권에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어 중국에 대해 "북한과의 관계를 이용해서 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확실한 억지를 해주든가, 아니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자위적 수단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부당한 간섭이나 압박을 하지 않든가, 둘 중 하나는 해줘야 맞지 않냐"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핵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안위나 주권이 결정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억지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우리 스스로 자구 행위에 대해서도 제동을 거는 모습은 좋은 이웃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바로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조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몇몇 의원들은 "발언을 너무 세게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일부에선 "안보 문제에 있어 집권여당이 침묵하고 눈치보기만 해선 안 된다"며 조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또 사드 논의를 위한 의총을 개최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우리가 사드를 배치하자 말자와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 의총을 여는 것이 아니라 다 열어놓고 토론하자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향후 사드에 관한 개인적 발언을 자제할 방침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의총 직후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총까지는 아무 말 안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