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부채 2017년까지 7조2천억↓…부채비율 120% 목표
부실한 운영으로 지자체의 재무건전성까지 위협하는 골칫거리 지방공기업의 청산 절차가 신속히 추진된다. 애초부터 문제를 막기 위해 지방공기업의 설립 자체도 엄격히 규제하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한 경영 등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공기업의 설립 단계부터 사업 추진단계, 부실공기업 청산 단계의 생애주기별 모든 과정에 걸친 종합혁신방안을 마련하고 31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골자는 지방공기업을 설립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설립심의협의회'의 심의를 거치고 설립 타당성 검토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다. 청산이 불가피한 부실공기업은 법적 절차에 따라 신속히 추진된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혁신안)은 작년 12월 전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지방공기업혁신단'이 워크숍·현장방문·지자체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마련했다.
혁신안에는 제도혁신, 구조개혁 및 부채감축 등 3개 분야 8대 중점 추진과제가 포함돼 있다.
먼저 부실 우려 지방공기업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지방공기업 설립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면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무리하게 설립된 지방공기업이 결국 부실화돼 지자체에 심각한 재정 부담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설립 타당성 검토를 담당할 독립 기관을 행자부가 지정해 운영하고, 타당성 검토 보고서 원문을 지방공기업 경영정보공개시스템(클린아이)에 공개하기로 했다.
설립타당성 검토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타당성 검토 예측 결과가 현저히 부정확하거나 중대 명백한 오류가 발견된 기관과 용역 수행자는 인터넷에 명단을 공개하고 일정기간 용역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상위 기관과 협의를 위해 외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설립심의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지방공기업이 신규 사업 추진 시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사전 타당성 검토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그간 일부 지방공기업은 지자체 장의 공약사업 등 무리한 사업을 추진해 부실 경영으로 이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실명제를 도입해 일정 규모 이상(광역-총사업비 200억원 이상, 기초-총사업비 100억원 이상) 사업 추진 시에는 지자체와 지방공기업 담당자를 실명으로 명시하고 사업 추진배경·내용·진행상황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신규사업 타당성검토 전담기관도 행자부가 지정해 관리하고 검토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한다. 타당성 검토의 예측결과가 부정확하거나 오류가 발견된 검토기관이나 용역 수행자 역시 인터넷에 명단을 공개하고 일정기간 용역에서 배제할 계획이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의 공정성을 끌어올리고 경영개선을 유인하기 위해 경영평가 체계도 개편한다.
광역자치단체 지방공기업은 행자부가, 기초자치단체 지방공기업은 시·도가 하던 경영평가를 행자부로 일원화한다.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컨설팅이나 경영진단 등 환류기능을 강화해 실질적인 경영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직영기업, 공사 및 공단 등 지방공기업 유형별로 평가지표를 전면 재설계해 현재 지나치게 복잡한 평가지표 체계를 단순화하고 유형별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다.
부실 공기업 처리를 위해 청산절차도 신속히 추진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청산명령 대상인 부실공기업의 요건과 청산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해 법령에 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실 우려 공기업의 경우 자구노력을 통한 정상화를 사전에 유도할 수 있게 되고 청산이 불가피한 부실공기업은 신속히 청산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산 대상 공기업은 부채 상환능력이 없고 사업전망이 없는 공기업을 의미한다. 요건에 해당되면 지방공기업은 법에 따라 자동으로 해산되고 청산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청산 대상 기준은 지방공기업 관계자, 관계전문가, 학회 등의 자문을 받아 수립 중에 있다. 대략 적인 청산 기준은 부채비율(부채/자본)이 400% 이상,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50% 미만, 이자보상배율(영업현금흐름/총 이자비용) 0.5 미만이다. 이 세 가지 지표 모두를 충족하는 공기업은 부채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부채상환능력이 없는 기업은 최종적으로 사업전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청산 대상 기관으로 지정돼 법에 따라 바로 해산되고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이밖에 지방공기업 인적 자원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성과중심의 인사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도 그간 공급자 위주의 공개에서 국민이 알고 싶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임직원 역량강화 및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상임이사 역량평가제도, 교육훈련 인프라 강화, 업무 성과미흡자 퇴직제도 도입, 성과연봉제 확대, 전문계약직 제도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유도 등이 추진된다.
성과평가를 통해 2진 아웃제 등 성과 미흡자에 대한 관리방안을 2급 이상 간부급을 대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CEO나 임원에 대해서만 의무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직원까지 확대한다.
상위 직위의 일정 비율을 능력에 따라 채용할 수 있는 전문계약직 제도를 도입하고 정년연장에 맞춰 임금피크제 도입을 유도하기로 했다.
지방공기업 경영정보공개시스템(클린아이)에 주민이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지 요청할 수 있는 창구도 신설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주 찾는 정보 순위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국민이 알기 쉽게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지방공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개혁과 부채감축도 추진한다. 지방공기업 간 또는 내부 조직 간 유사·중복 기능으로 인한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행자부는 4월 중 기능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자체 주도로 소관 지방공기업에 대한 진단을 거쳐 대상기관을 선정하고 기능조정을 상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기능조정의 기본방향과 대상기관 선정 기준, 추진 시 고려사항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지방공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공기업이 민간 부분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도 개선한다. 실제 일부 지방공기업이 골프연습장 운영, 골재채취 사업, 목욕장 운영, 학원임대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안에서는 지방공기업 사업 중 민간경제를 위축시키는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장성 테스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방공기업의 모든 사업에 대한 전수조사 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에서 사업별로 시장성 테스트를 벌여 부적정 사업으로 판단되는 경우는 민간 이양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방공기업이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사전 시장성 테스트 절차를 의무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방공기업의 부채 감축을 위해 행자부는 유형별 맞춤형 부채감축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3년 51조4000억원이던 부채를 2017년 44조2000억원으로 7조2000억원 줄이고 부채비율도 12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지방공기업 중 부채비율 200%이상 또는 부채규모 1000억원 이상인 26개 기관에 대한 유형별(도시개발공사·도시철도공사·기타공사 등)로 맞춤형 부채감축 목표를 마련하고 매년 부채비율 10%p씩 줄여 2017년에는 120%까지 낮추는 것이다.
한편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부채 규모는 크나 부채 성격이 이자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비금융부채인 선수금, 임대보증금 등의 비율이 높다. 도시철도공사는 부채비율은 낮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유동비율 및 이자보상비율이 낮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이번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은 구조개혁을 통해 지방공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설립-운영-청산'의 생애주기별로 건전 경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지방재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며 "앞으로 지자체, 지방공기업과 협력해 혁신방안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