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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사람이 없어요…적막감·침묵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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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어요…적막감·침묵만 흘렀다”

이종구 이종팔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0/02/24 21:11 수정 2020.02.25 13:46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 손님 발길이 완전히 끊겼어요. 장사를 10년 넘게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훨씬 심각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냉기가 대구 전통시장 경기를 뒤덮고 있다.


  24일 오후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꽃백화점. 이곳은 대구역 인근에 있고 접근성이 좋아 대구의 대표 꽃시장 중 한 곳이었지만 이날 방문했을 때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겨 썰렁했다. 
  상인 대부분은 마스크를 낀 채로 멍하니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확인하거나 옆집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서 2대째 꽃집을 운영 중인 박남주(45·여)씨는“매출은 0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주 금요일 서울에서 받아온 꽃을 아직도 다 팔지 못했다”며“그나마 지난주 금요일에는 소량 주문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주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보통 이 시기에 대학교 졸업 시즌이 막바지라 꽃 주문량이 어느 정도는 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며“코로나19로 문을 잠시 닫고 임시 휴업을 고민 중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북구 칠성동의 칠성 종합시장.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은 대구능금시장, 칠성전자주방시장 등이 함께 자리잡은 대구를 대표하는 종합시장이다. 
  하지만 칠성종합시장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물론이고 일부 상점들은 문을 열지도 않았다. 


  채소를 판매하는 50대 김모씨는“사람이 없다. 사람이.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오늘도 일찍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렇게 사람이 없기도 처음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고 칠성종합시장 상인연합회의 자체 조사결과 지난 19일 기준 칠성진경명시장 90%, 칠성전자주방시장 80%, 대구청과시장 70~80% 등 시장 내 상인 대부분의 매출이 적게는 60%, 많게는 90%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박재청 대구칠성종합시장연합회 회장은“사실 힘든 것도 우리만 힘든 게 아니다. 지역 내 전통시장 다 힘들지만, 민·관이 합심해서 어려운 이번 사태를 서로 도와가며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남병원에서 백 명이 넘는 확진환자가 나온 청도군도 지금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청도읍 중심가는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겨 정적만 흐르고 청도 명물 추어탕 거리는 모두 문을 닫아 썰렁하다.“문 닫았어요. 문 열어 놔도 손님이 안 오니까 그렇습니다”청도의 한 상인은 한숨만 내쉴 뿐이다.


  휴일마다 청도를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청도역은 역무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24일 오전 청도 대남병원은 통행 주민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침묵과 정적에 휩싸였다. 병원앞에서 간혹 만난 청도군 공무원들은“어디에 가느냐”,“왜 왔느냐”는 질문에 아예 말문을 닫은 채 쏜살같이 사라졌다. 


  일부는“‘언론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며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대남병원 건물내에 함께 있는 청도노인요양병원, 청도군보건소, 요양시설인 효사랑실버센터,장례식장의 직원들은 이날 업무 연락이나 긴급 사항때문인지 외부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흰 방호복을 입은 청도보건소 한 직원은 보건소앞에서 의료폐기물을 엠뷸런스에 싣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직원 역시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다만 차를 몰고온 청도군의 한 간부가“의료용 장갑을 달라”고 얘기하자“준비된 게 없다”고 한마디로 딱 잘랐다. 
  그러자 이 간부는“보건소에 가면 장갑이 준비됐다고 하길래 왔다”며 언성을 높였다. 밤낮없는 연속 근무에 대한 피로감으로 직원들끼리도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 6명의 사망자 중 4명이 숨지고, 누적 확진자만 112명이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은 코로나19의‘슈퍼 전파지’로 불린다. 
  현재 5개 건물에 환자와 병원 종사자 등 525명이 지내고 있으며, 이중 확진자는 89명이다. 이들 89명은 대남병원 5층에‘코호트 격리’된 상태이다. 


  코호트 격리는 특정 질병에 노출된 환자와 의료진을‘동일 집단(코호트)’으로 묶은 뒤 격리하는 조치다.이들중 60여명이 현재 발열 증세를 보이고 있어 보건 당국이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18분 경북소방 119구급대 2대와 관용 승합차 1대가 대남병원의 오랜 정적을 깨고 병원으로 진입했다.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소방대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흴체어를 탄 환자 5명이 병원에서 한사람씩 빠져나와 승합차에 올랐다.


  병원앞에서 서성이던 주민 김영덕(60)씨가 회사 동료로 이송환자 중 한명인 오인철(55)씨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오씨는 15일전에 허리 디스크로 이곳에 입원했다는 게 김씨의 전언이다. 


  김씨가“몸은 괜찮나?”고 묻자“코로나19가 터진 후 담당 과장(의사)이 처방을 해주지않아 아무런 치료도 못받고‘징역살이’만 했다”고 오씨는 분통을 터트렸다.“어디로 가느냐”는 김씨 질문에 그는“창녕으로 가는 줄 알고 있다. 지금 이송되는 7명의 환자는 일반병원 환자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2 4 6 8 9면


  일반환자 5명이 승합차에 탄 후 침대에 누운 환자 2명이 소방 119구급대 2대에 나눠 타고 신속하게 병원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어느 병원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소방대원들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이종구 이종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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