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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정치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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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는 이유

김재원 기자 jwkim2916@naver.com 입력 2020/04/13 19:43 수정 2020.04.13 19:46

  기자의 窓  

   김 재 원
 <취재국장>


최근 지역의 한 유력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번 총선 출마와 관련해 지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 마무리발언에서 밝힌 것이다.
“제가 정치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치라는 것이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꿈꾸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꿈의 요체는 우리 주민들이,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는 제가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이 말에 필자는 감동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정치인에게 끝내 신뢰를 보낼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같은 대담에서 이와 같은 감동적인 말과는 달리 이 정치인은 사실과 다른 말을 했기 때문이다.
<경선과정과 결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경선과정에서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이 굉장히 심해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 다 끝났으니까 말인데, 저를 두고 불법 후원금이니, 공천헌금을 받았다느니 이런 주장이 있었습니다. 상상도 못하는, 있을 수도 없는 그런 흑색선전이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이 정치인의 후원회는 최소 1,500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받았다.
더구나 이를 보도한 언론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기사를 보고 차명(불법) 후원금 1,000만원은 돌려줬다.”까지 밝혔다.
돌려줬으니 죄가 없지 않느냐는 의미 같은데, 그래도 받았던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데도 “불법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받은 사실이 있으니 “후원회가 잘 관리하지 못한 것 같다. 유감을 표명한다. 앞으로 잘 관리하도록 하겠다.” 정도의 말을 하는 것이 ‘공정한 세상을 만들려는’ 정치인의 도리가 아닌가?
이 정치인은 이후 후보자토론회에서도 또 다시 "모든 후원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로 받은 합법적인 후원금"이라며, 불법 후원금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고 답한 일화를 상기해 본다.
자공이 정사(政)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하게 하고 백성이 신뢰하게 하는 것이다." 자공이 말했다. "만일 부득이하게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 선생이 말했다. "군비를 버려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만일 부득이하게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 선생이 말했다. "양식을 버려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기 마련인데, 만일 백성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정부는 유지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결론은 ‘신뢰’다. 정치는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초라는 것을 재차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인이 아닌 필자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신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더구나 ‘공정한 세상을 만들려는’ 정치인이 어떻게 거짓을 말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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