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들의 ‘단결된 힘’으로 포스코를 지켜낼 수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 25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의 포항설치 의사를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재·김병욱 국회의원에게 밝히고 같은 날 시청을 방문해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서울행 사태는 약 한 달 만에 일단락하게 됐다. <관련기사 6·7면>
포스코 지주회사(홀딩스)의 소재지는 이사회 및 주주설득과 의견수렴을 통해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기로 했고,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하는 등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포항시와의 지역 상생협력 및 투자 사업은 포항시와 포스코, 포스코홀딩스가 TF를 구성해 상호 협의키로 결정했다.
강창호 포스코 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51만 포항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 이끌어낸 결과”라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는 것처럼, 앞으로 포항시와 시민, 포스코가 더욱 탄탄한 상생관계를 이어가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당초 28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시민 3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서울설립을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기로 했고, 그동안의 경과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시민보고대회’를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주총을 열어 지주사 전환과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 등을 결정했었다. 이에 포항시민들은 포항에 대한 투자 축소와 연구인력 유출 등 지역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반발했다.
포항 지역 시민과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월 11일 개풍약국 앞에서 공식 출범했고, 향군회관에 사무실을 마련해 14일 개소식 후 본경 활동을 시작했다.
범대위는 지주사 포항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죽도시장과 각 읍면동별 거점지역 64개소 및 경북도와 도내 시·군을 비롯한 인근 대구, 울산 등 다른 시군들과 연계해 열흘 여 만에 목표치인 30만 명을 훌쩍넘는 4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또한 범대위 소속단체 회원들은 출근 시간대 주요 교차로에서 포스코지주사(홀딩스) 서울설치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쳤고, 각 기관·단체에서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집회 시위를 이어 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도내 시장·군수, 권영진 대구시장 등도 포스코지주사 서울설치 문제에 공동 대응키로 하며 힘을 보탰고, 여·야 대선 유력 후보들도 포스코 지주사(홀딩스)의 서울 설립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는 포스코가 1968년 설립된 이래 50여 년간 포항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국민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시민들이 사랑과 환경 등에 대한 인내를 보내왔고,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 우려와 관련해 지주사 사태가 포항시뿐만 아니라 지방도시 전체를 넘어 시대 정신의 문제임을 공감함을 의미했다.
특히, 이강덕 포항시장은 청와대 1인 시위를 비롯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김부겸 국무총리를 연이어 방문해 지주사 서울설치가 가져올 문제점과 시민들의 우려사항을 전달하며 대책마련을 호소한 바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스코가 뿌리인 포항에 지주사를 설립하기로 한 결정에 환영하고, 그동안 힘을 모아준 포항 시민들과 범대위, 이철우 도지사, 김정재·김병욱 국회의원, 대선 후보들과 지역 정치권 및 도내 시·군 등 모두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지역 상생 발전 위해 TF를 구성해 앞으로 계속해서 대화를 더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민이 나서고 대구경북 전체가 밀어 준 '단결의 힘'이 포스코의 서울행 발걸음을 되돌렸다.
특히, 25일 포스코가 전격적으로 김정재 김병욱 국회의원과 이강덕 시장에게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미래기술원의 포항설립 의사를 밝힌 것은 지역민들의 단합된 목소리 덕분이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포항 시민들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포항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보고 포스코를 압박했다. 4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나서고 오는 28일에는 수만명이 집결하는 총궐기대회까지 준비하는 등 투쟁의 열기가 경영진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까지 포스코와 포항은 한몸이라는 주장을 내며 포항시민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고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재 국회의원 김병욱 국회의원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포스코 측에 강력하게 입장변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포스코 지주사(홀딩스)와 미래기술원 탈포항'이 대선이슈로까지 등장한 것도 포스코의 입장변화의 한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달 27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기관도 지방으로 가는 마당에 국민기업 포스코 지주회사(홀딩스)가 서울로 가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포스코 지주회사(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반대한다"며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도전정신, 민족기업으로서 역사적 사명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포스코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지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포스코 지주회사(홀딩스)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찾아 "포스코는 포항과 함께 성장한 기업으로 당연히 포항에 본사를 둬야 한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지역민들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지난 18일 포항을 찾아 범대위 관계자들에게 "포스코는 포항시민의 것"이라며 "포스코는 절대 포항을 떠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엔지니어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던 초창기 포스코 회장을 지낸 원로들도 '박태준 회장의 유지' 등을 들어 포스코의 경영주도권을 포항에서 서울로 넘기는데 대해 불편함을 표시하면서 최정우 회장의 입장이 더욱 난감해졌다는 후문이다.
포항의 한 시민은 "포항은 포스코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28일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 전, 그리고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 포스코가 잘못된 결정을 빨리 뒤집어 다행이다. 포항은 포스코를 사랑한다"고 했다.
포스코 측도 반기는 분위기다. 포항은 인구 50만명 중 10만 정도가 포스코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가진 포스코 가족 도시다. 때문에 이들의 속앓이도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 포항 유지 결정은 25일 오후에서야 알려질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포항시민들과의 상생을 위한 이번 큰 결심이 고맙기만 하다. 앞으로 지역과 더 화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민들은 "이번 포항시와 포스코간 합의 계기로 포스코가 앞으로도 포항시와 동반자로서 같이 윈윈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환영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