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래, 이제서야 이 색이 나왔구나!"
아내와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천상병 시인의 귀천.
학창 시절 내 어린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던 시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준다.
벌써 며칠째 계속 수없이 많은 여러 색상의 파란색 채색들과 씨름 중이다.
천상병 시인이 소풍을 다녀간 아름다운 이 세상, 그 아름다운 파란 하늘빛을 그리고 싶어 수십 번을 덧칠하여도, 내가 원하는 색이 나오질 않았다.
늦은 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 다짐에 또 다짐을 하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온통 파란빛으로 물든 종이는 아침이 되어야 그 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 이제서야 이 색이 나왔구나!"
정말 기뻤다.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루 종일 실실 웃고 다녔다.
그토록 원하던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하늘빛이 나왔으니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꾀나 흡족한 작품으로 마무리되었다.
어떤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진 우리 인생의 소풍길, 그리고 언젠가는 이 소풍을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 락 현 ▶ 한국미술협회, 한국문화재기능협회 한국민화협회 회원 ▶ 전통미술연구소 붓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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