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히려 원·엔 통화 경쟁으로 이어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30원 이상 올라 1160원 가까이 올랐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 지난 5월4일 1079.2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5월말 1100원 선을 넘어 7월들어 1150원대를 돌파했다.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기업의 환차익이 늘어 실적 개선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화보다 달러화 강세가 최근 환율 상승의 주요 변수인 만큼 수출 기업에 크게 보탬이 되기는 어렵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원화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환산 수익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 자체는 높아지지 않아 한국 수출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한국과 수출 경쟁을 하고 있는 일본 엔화 역시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수출 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따른 원·엔 환율 경쟁은 한국 수출기업 주가에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영 환경 악화가 기업 실적 둔화로 이어지며 투자 매력도가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 조정현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 약세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면 수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크거나 달러 부채가 많은 업종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위기감, 한국 수출 부진에 따른 실적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 한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도 환율 급등에 일조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다만 당분간 환율이 조정기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외환 당국이 미세조정에 나서는 한편 28일과 29일 FOMC까지는 지켜보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키움증권 마주옥 연구원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매도물량과 외환 당국 조정 등으로 환율 인상에 대한 경계가 형성될 것"이라며 "FOMC를 앞두고 글로벌 외환 시장을 움직일만한 재료도 없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단기간의 과열 양상"이라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변동성 축소에 나서며 상승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