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1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박기춘(59) 의원이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1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서서 "제가 다시 생각해봐도 우둔한 실수를 했다. 깊이 반성하면서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 뒤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이 밝힌 수수 액수와 실제 수수 액수가 다르냐는 질문에는 "이제 법정에 들어가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박 의원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께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박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의원은 영장이 청구되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지난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44·구속기소) 대표로부터 현금 2억7000만원과 명품 시계 등 3억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측근 정모(50·구속기소)씨를 통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시가 3100만원 상당의 H사 시계 등 명품 시계 7개와 시가 500만원 상당의 L사 가방 등 명품 가방 2개, 현금 2억여원을 돌려줘 증거를 숨기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중에는 박 의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이 받은 금품도 포함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의원은 김 대표에게 금품을 돌려줄 당시 정씨에게 "시계에 남아있는 지문을 없애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경기 남양주시 쓰레기 소각 잔재 매립장인 에코랜드에 야구장을 짓는 과정에서 시청 소속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데 박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하고 있다.
한편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표결한 결과 총투표 수 236명 가운데 찬성 137명, 반대 89명, 기권 5명, 무효 5명으로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회기 중에 현행범이 아닌 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필요하다. 19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10번째며, 가결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박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 앞선 신상발언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선후배 의원, 남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제 자신과 가족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진 모든 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앞서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