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쌀 가공업체들이 수입쌀을 사용하고도 국내산 쌀을 사용한 것처럼 속여 팔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부장검사 이철희)은 18개의 쌀 가공업체 대표이사 등 28명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 단속에 적발된 업체들 중에는 지역 전통주 제조업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동동주 제조업체, 격투기 대회 공식 후원 생막걸리 제조업체들도 포함됐다.
경북 소재 90년 전통의 막걸리 회사 A업체는 미국산 수입쌀을 섞어 막걸리를 제조하고도 '100% 우리쌀'로 제조했다고 허위 표시해 총 5억원 상당의 막걸리 60만 병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업체는 2010년 농식품부 주류품평회에서 대구·경북 대표 주류로 선정됐으며, 2013년 쌀 가공산업 육성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은 바 있다.
강원 소재 동동주 회사 B업체는 미국, 중국 등에서 수입된 쌀만으로 동동주를 제조하고도 마치 국내산 쌀로 제조한 것처럼 '우리쌀 동동주'라고 허위 표시해 총 2억3000만원 상당의 동동주 약 29만 병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업체는 KBS 오락프로그램인 '1박 2일'을 통해 강원 대표 막걸리로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경남 소재 막걸리 회사 C업체는 미국산 수입쌀을 섞어 막걸리를 제조하고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순수 우리쌀 100%'로 허위 표시해 총 2억원 상당의 막걸리 약 26만 병을 판매한 혐의다.
C업체는 지난 6월 격투기 대회인 '로드FC'를 공식 후원하는 등 활발한 영업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떡 제조업체들도 미국·중국산 수입쌀로 만든 떡을 국내산 쌀로 제조한 것처럼 속여 장례식장 등에 납품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수입산 쌀이 국내산 쌀 보다 2배 이상 저렴하다는 점을 이용해 차익을 챙겼다.
2013년 평균 국내 쌀값(17만5086원/80㎏)은 미국산(중립종, 6만3303원/80㎏)의 2.8배, 중국산(단립종, 8만5177원/80㎏)의 2.1배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내용에 따라 올해 1월부터 5%의 저율관세로 일정물량(매년 40만 87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수입쌀의 부정유통은 식습관의 변화 등으로 쌀에 대한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산 쌀의 시장수요를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쌀시장 개방 당시 국내 쌀 산업 기반침해로 인한 식량자급률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의무수입물량의 유통 경로를 확인한 후 유관기관과 합동수사에 착수해 부정유통 행위를 적발했다"고 전했다.
검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세청 등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부정식품 합동수사단은 앞으로도 수입쌀 부정유통 사범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