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서 멀어지는 국정원'해킹 의혹'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5차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킹 프로그램 RCS와 스파이웨어 관련 설명을 하며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안 위원장은 "국정원이 2013년 7월부터 8월까지 국내 KT 인터넷망 사용자의 개인용 컴퓨터를 대상으로 해킹 프로그램 설치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진상 규명에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두 달 이상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정황증거'일 뿐 국정원이 요구하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시간 싸움, 증거 싸움 외에도 국민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삼중고에 처해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국민지키기정보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5차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제시했다.
안 위원장은 "국가정보원이 해킹을 시도한 국내 개인용 컴퓨터 아이피(IP) 3개를 추가로 파악했다"며 "이는 국정원이 2013년 7~8월 국내 인터넷 KT 망을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대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거나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KT의 IP 발견은 지금까지 어떤 언론이나 단체에서도 언급한 적 없는 새로운 것"이라며 "국정원이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객관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새롭게 발견한 IP의 소재지를 확인, 시연해 보였다. 이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IP 3개는 서울 종로, 양재,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PC의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측은 모두 민간인 소유 IP라고 설명했다.
이날 새로 제시한 IP 증거는 나름의 의미는 있다는 평가다. 새로 공개된 KT IP회선은 국정원 내부망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날 안 위원장 측이 새롭게 밝힌 IP 역시 판세를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전에도 IP와 관련된 의혹을 여러 번 제기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IP였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에 관해서는 입증하지 못했다.
안 위원장 측은 이탈리아 '해킹팀'의 자료분석을 통해 한국에서 사용된 IP 138개를 밝혀냈고, 국정원이 SK텔레콤 회선 5개 IP를 감염시키려 했다는 보다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했으나 끝내 이렇다할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그때마다 국정원은 SK텔레콤 IP회선에 대해 '국정원 소속 스마트폰'이라며 내부 실험용이라고 해명해 왔다. 국정원은 보안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버텼고, '해킹 공방'은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그 사이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은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국정원에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400GB 분량의 자료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의혹을 규명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 위원장은 "분석해야 할 자료가 400GB에 달한다. 정말 방대한 분량이다. 다 훑어보는 데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정된 인원과 짧은 기간에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기는 무척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디지털 자료 100% 중 90% 분석했다고 해서 (확실한 증거가) 90% 안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10%에 몰려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가 소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급한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검찰 고발 내역에 포함된 SK텔레콤 IP에 대한 해킹 프로그램 설치 날짜가 올해 6월3, 4 ,17일이다. 2차 고발에 포함된 IP는 5월 19, 21일"이라며 "현재 통신 사업자는 로그 기록을 3~6개월 가량 보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증거가 이대로 자동소멸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새정치연합이 의혹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새누리당은 계속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19일 현안브리핑에서 "이번 발표에서도 역시 국정원의 민간 사찰을 입증할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정원 해킹의혹 제기는 결국 국정 발목잡기였음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