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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막실라리아..
문화

포토에세이 : 막실라리아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3/04/20 16:02 수정 2023.04.20 16:03

그녀의 첫인상은 새침하다 못해 거만해 보였습니다. 환갑이 지난 그녀의 스타일은 늘 단정합니다. 쉽게 동요되지 않으면서 할 말은 명확하게 하는 그녀가 회원들은 편하지 않나 봅니다. 친절한데 왠지 깐깐한 사람의 이미지로 저장 되었습니다.
그녀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를 안 지 육년 만에 처음 갖는 자리라 약간은 서먹하리라 예상합니다. 약속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그녀가 먼저 와 있습니다. 식탁 위에 수저를 정갈하게 놓아두고 차분한 미소로 맞아줍니다. 음식이 나오고 그녀가 자연스럽게 술을 주문합니다. 술잔을 들며 나눈 이야기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석에서 만난 그녀는 평소보다 훨씬 밝고 소탈합니다. 맏며느리로, 맏딸로 집안의 큰일들을 헤쳐 온, 갖가지 사연과 갈등에 해탈한 표정입니다. 감싸 쥔 그녀의 거친 손이 지난 시간과 현재를 말합니다. 드러내놓고 고생담을 말하지 않는 담백한 그녀가 세련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음에 가게 될 맛집을 정하고 헤어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종일 닫혀있던 거실을 환기 시킵니다. 베란다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에 두리번거립니다. 꽃이 핀 막실라리아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봄, 그녀에게 분양받은 난입니다. 꽃을 보면 향기를 맡게 되는 건 ‘무조건 반사’ 같은 거겠지요. 예민한 후각을 꽃에 집중하지만, 예상했던 향과 다릅니다. 갸우뚱 하며 꽃에 코를 더 바짝 붙입니다. 난꽃에서 헤이즐넛 향이 나다니요. 아무래도 동양란의 은은한 향기를 예상했나 봅니다. 당초에 정해진 향기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화분을 들어 막실라리아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뿌리 위로 둥근 벌브들이 새로 올라옵니다. 벌브 에서 연두색 잎이 가늘게 뻗었습니다. 그 사이로 짙은 주황색 꽃이 피었습니다. 향기를 맡기 전에 미리내린 어설픈 속단에 머쓱해 집니다. 첫인상은 보통 5초 안에 결정된다고 하지요. 어떤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상대에 대한 선입견은 고정이 됩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마찬가지겠지요. 인터넷 검색창에 막실라리아를 입력합니다.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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