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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리셋하다..
문화

포토에세이 : 리셋하다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3/06/11 16:00 수정 2023.06.11 16:02


인터넷 검색을 하며 이리저리 재설정을 해보지만, 해결이 안 된다. 퇴근길에 휴대폰 판매점에 들렀더니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게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켜란다. 그게 다냐고 물으니, 핸드폰 전원을 오래 켜놓으면 오동작 현상이 더러 생긴다고, 핸드폰도 리셋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사람이 쉬지 않고 일하는 것과 같다고 여기면 된단다. 담당자의 말대로 리셋은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충전만 했지 잠시라도 꺼 둘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가끔 전원을 꺼 두면 휴대폰 수명이 오래간다는 것은 실천하지 않아도 되는, 그냥 알고만 있는 상식 정도였다.
사람에게도 리셋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걸릴 때는 스스로 신호를 보낸다. 몸살로 그 상태를 알아차리게 하여 억지로라도 몸을 쉬게 하거나, 훌쩍 여행을 떠나 마음을 다잡게도 한다. 어느 정도는 자신의 판단과 의지대로 휴식과 충전 모드를 취한다. 스스로를 살피는 것에 당연해져야 한다. 그래야 일상으로의 회복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는 다르다. 살아가는 데는 온통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혼자의 생각과 감정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만큼 마을을 쓰는가에 따라 친밀한 혹은 형식적인 관계가 된다. 친밀의 정도가 깊을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감정과 이성이 늘 같은 비율로 적용이 되던가. 상황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게 마련이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서로 나와 같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돌이켜보면 별것 아닌 일에 서운하고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럴 때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 침묵의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한 마음이 아닌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면 그 관계는 정리가 되어야 한다. 반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적정한 간격으로 다시 이어질 것이다. 관계의 리셋은 상대를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해가 은근하게 떠오른다. 엷은 구름 깔린 하늘이, 과하게 화려하지 않은 노을빛이, 잔잔한 물결의 바다가 깨어난다. 리셋된 하루의 풍경이다.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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