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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와다리 연가..
문화

포토에세이 : 와다리 연가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3/06/24 13:36 수정 2023.06.24 13:37

오 년 만에 고향 친구들이 모임을 가졌다. 가까이 있어 자주 보는 친구도 있지만, 십 년이 훌쩍 지나 보게 된 친구도 있다. 모임을 잡은 날부터 단톡방이 시끌시끌했다.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알만하지 않은가. 추억담은 전설처럼, 살아낸 고생담은 회고록처럼, 현재의 근황은 보고서가 되기도 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은 그때 그 시절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동지다.
옛 기억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화진의 하늘과 바다 물빛이 한통속이 된 것 같다. 왁자지껄하게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남자 둘이 따로 사진을 찍겠다고 한다. 어깨동무하고 선 그들이 웃는다. 중년의 얼굴로 유년의 표정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이력을 알기에, 치열하게 살아왔을 서로의 시간을 접고 만났음을 짐작하기에 콧잔등이 찡해온다. 나의 모습을 바라볼 그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또 살아가고 있다. 연락을 못 하고 지낸 지가 얼마나 되었음은 중요하지 않다.
어릴 적 파도타기를 하면서 우리는 ‘와다리’라 외쳤다. 근거도 출처도 모르는 말이다. 사전에 찾아보니 일본어로 건넘, 이동의 뜻을 가진 ‘와타리’라는 단어가 있기는 하다. 무엇이 되었건 간에 우리들만의 암호다. 종일 얘기를 나눠도 모자라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여전히 단톡방은 후끈하다. 자정이 다 되어 도착한 멀리 사는 친구의 소식을 끝으로 잠잠하다.
반가운 마음에 너무 떠들어댔던가. 순간 찾아드는 공허함에 길게 호흡해 본다. 지금의 감정이 공허함 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열심히 살아왔다 할 수 있는 지난 시간에 대한 상실감이거나, 상대적으로 찾아든 자괴감일 수도 있다. 방심한 순간 찾아든 비교의 심리가 꿈틀거린다. 욕심이나 원망 대신 순응을 택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감정을 살피는 내력이 생겼다. 비교는 타인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해야 한다. 지금의 나와 더 힘들었던 때의 나와 말이다. 가라앉으려는 내 감정을 추스르는 방법이다.
핸드폰을 열어 낮에 찍었던 사진들을 본다. 여전히 환한 표정들을 찬찬히 새긴다. 서로에게 든든한 정서적 연금이 되는 친구들이다. 하늘과 닿을 거리는 아직 사진 만큼이나 남았다. 아직도 우리는 무언가를 꿈꾸고 기대한다. 그러면 되지 않는가.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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