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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포토에세이 : 집으로..
문화

포토에세이 : 집으로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3/08/07 17:49 수정 2023.08.07 17:50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북천수가 있다. 북송마을에 있는 솔숲이다. 오늘의 숲은 아침 안개로 몽환적인 풍경을 선보인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빠르거나 느리게 자신의 방식대로 걷는다. 숲의 자극을 감각들은 선명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탁해진 폐부의 공기를 순환시키듯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바람이 손에 닿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투명하고 부드러운 성질의 바람이다. 솔가지 사이에 거미줄이 쳐졌다. 이슬이 맺혀 정교함이 돋보인다. 내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동안, 거미는 밤새 집을 지었던 걸까. 거미의 종류를 알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가수 거미의 프로필이 뜬다. 거미가 집 짓는 과정을 찍어놓은 영상도 있다.
거미는 바람을 이용해서 줄을 친다. 거미의 바람 타기는 먼 곳으로 가기 위한 이동 수단이다. 거미줄은 배 끝에 있는 방적돌기에서 나온다. 한 올 한 올 뽑은 줄을 방사형으로 잇는다. 기초공사인 샘이다. 가운데를 채우고, 다시 바깥쪽에서 가운데까지 나선형으로 줄을 엮는다. 시침질과 박음질로 단단하게 여미는 과정 같다. 정해진 패턴이라도 있는 듯 능숙하게 움직인다. 점액질이 묻은 거미줄에 걸려든 먹잇감은 여간해서 빠져나갈 수도 없다. 가늘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는 거미의 생존지역이다. 공중에 지은 거미의 터전이다. 무엇보다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집이기에 부러울 뿐이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역을 앞둔 아들은 마지막 휴가를 마치고 어제 부대로 복귀했다. 삼 주 후에는 집으로 돌아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던 아들의 말이 떠올라 웃는다. 한참 열애 중인 아들이 어쩌면 여자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집으로’를 되새긴다.
사전에 표기된 집의 뜻은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로 되어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집은 과시에 가깝다. 어떤 사람인지가 아닌 어디서 살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언제든 돌아와 편히 지낼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것일까. 번듯한 집 한 채를 가지기 위해 가족이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을 집 벌이에 소비하고 있다. 나 또한 집 벌이에 잡힌 볼모나 다름없다.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도 주택 대출금과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게 되는 건 아닐까.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벼운 발걸음이었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있는 그런 집으로.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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