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요즘 낙엽 대란인데”..
신재일 칼럼

“요즘 낙엽 대란인데”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4/11/18 16:13 수정 2024.11.20 13:58
신 재 일 수필가

바쁘다 보니 단풍을 구경하러 산에 가지 못했다. 바쁘다기 보다는 삶의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절에 팔자 좋게 단풍놀이나 가고 할 형편이 못된다. 삶이 조금 팍팍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산에 가지 않고서도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도시에서도 가로수를 통해 단풍을 볼 수 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거리의 가로수들이 단풍처럼 알록달록 해졌다.
일부러 구경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보인다. 자주 보니 별로 감흥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삭막한 이미지 보다는 괜찮기 때문에 이런 단풍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도시에 가로수가 많다. 도시 녹화 사업으로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 여름철 도시 열섬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가로수를 심었다고 한다.
가로수의 종류도 다양하다. 은행나무나 단풍나무, 벚꽃나무 등은 직접 단풍이 든다. 플러터너스는 단풍이 들지는 않지만 다른 나무와 조화를 이루면 나름 멋있게 보인다. 아파트에도 조경수가 많다. 웬만한 아파트에는 좋은 나무들이 심겨져 있다.
그런데 이런 나무들이 요즘 경쟁적으로 낙엽을 떨어트리고 있다. 낙엽이 너무 많으니 도시가 지저분해진다. 시청에서 청소를 하는 것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지 길거리가 계속 지저분하다. 사람들도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한다. 낙엽이 아닌 다른 쓰레기라면 난리가 나겠지만 워낙 낙엽이 많이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낙엽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낙엽들이 당장은 길거리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은 하지만 시간이 걸릴 뿐 청소를 통해 조만간 제거될 것이기에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청소로 수거한 낙엽들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도 궁금해진다. 너무 많은 양인데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마 재활용은 어렵고 그냥 매립을 하는 듯 하다.
어릴 때 낙엽이 거름이 되어 나무가 흡수하면 나무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의 나무에나 해당되는 말이고 가로수의 낙엽을 거름으로 쓰기에는 대기오염으로 오염물질이 많이 묻어있어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가로수가 심겨져 있는 도로는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어 낙엽을 거름으로 줄 수도 없다.
낙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궁금하다. 예전에 등산을 하면서 등산로에 쌓인 낙엽을 보면서 낙엽도 유기물인데 이런 유기물이 왜 수질 오염을 시키지 않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같이 등산을 하는 관련분야 박사님께 물어보니 수질오염의 주범은 음식물 등에 포함된 인(燐)인데 주로 비료 등에 포함되어 있지만 산에 자라는 나무의 낙엽에는 인이 없어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나뭇잎이 썩으면 그 성분이 수계를 통해 강으로 모이기는 하지만 이는 자연의 정화작용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준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해마다 상당한 양의 나뭇 잎이 생겼다가 낙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 낙엽을 소각하지 않는 이상 공기 중의 탄소를 저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나무가 잎을 생산하기 위하여 하는 광합성은 분명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도시의 환경은 가로수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매연과 건물이나 가로등의 불빛은 가로수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가로수가 심겨진 포장 도로 밑의 토양은 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토질이 아닐 것은 분명하다.
단풍이 아닌 가로수 잎들이 12월이 다되어 가는 아직 푸른 상태로 붙어 있는 것도 신기하다. 내가 어릴 때와 본 것과는 분명 다른 현상이다. 아마도 예전과 달리 기온이 따뜻해서일 것이다. 이를 보니 온난화라는 기후변화는 확실한 것 같다. 또한 도시의 기온이 확실이 산의 기온보다 높기 때문일 것이다.
나뭇잎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옷차림도 아직 가을이다. 지난주 치른 수능때 느낀 것인데 예전에는 수능한파라는 말이 있었는데 올해 수능에서는 그런 말이 사라졌다.
내가 입은 옷도 겨울옷이라기에는 너무 얇은 옷이다.
날씨가 포근하다가 이번주에 갑자기 추워진다. 이제 겨울이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낙엽이 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