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작년보다는 빨리지는 낙엽을 보며..
신재일 칼럼

작년보다는 빨리지는 낙엽을 보며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4/12/16 15:45 수정 2024.12.16 15:46

최근 척추 수술을 받느라 병원에 열흘 간 입원했었다. 퇴원 후에는 회복을 위해 며칠간 집에서 쉬었다.
그런데 입원해 있는 동안 바깥 세상에서 큰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사회에 큰 혼란이 왔고 이 때문에 멘붕을 겪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큰 사건이 있는 날에 밤에 잠을 못 자고 꼬박 세운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 갇혀 있는 나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쉽지는 않았지만 뉴스에 관심을 갖지 않으려 했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병원에 누워있으면서는 어떻게 할 방법도 없지 않는가.
지난주 후반에는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어 출근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위해 아파트 현관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아파트 앞 도로를 보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12층에서는 창밖으로 집 앞 도로 경치가 잘 보인다. 가로수가 도로를 양쪽을 호위하는 멋있는 도로다. 이 가로수는 잎이 유난히 넓고 푸른 플라터너스다. 여름에 잎이 무성할 때는 숲속에서 아파트 들이 불쑥 쏟아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나뭇잎이 다 지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있었다. 이런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 해마다 이맘 때는 나무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있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특히 플러터너스는 여름철에만 무성하고 늦가을이 되면 잎들이 모두 지는 나무다. 그러나 최근에는 겨울 늦게까지 낙엽이 지지 않고 잎이 나무에 붙어 있었기에 이런 모습이 거의 볼 수 없었다.
특히 작년에는 해가 바뀔 때까지 붙어 있다가 새잎이 돋아나기 위해 가지에 물이 오르는 2월 말이 되어서야 잎들이 떨어진 것 같다.
나무와 나뭇잎은 계절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요즘의 가로수의 나뭇잎들은 계절을 거슬러 제멋대로 나무에 붙어있는 듯하다. 이는 도시의 온도가 계절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열기와 빛들은 나뭇잎을 둘러싼 공기에 영향을 미쳐 계절의 정상적인 평균 기온과 다르도록 느끼게 하다 보니 나무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낙엽 현상은 날씨의 변화에 종속된다. 요즘 기상이변과 도심의 열섬 현상으로 날씨의 흐름을 종잡을 수 없으니 나무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이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정상적인 계절 감각을 찾은 것 같다. 즉 적응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외식을 하였다. 가족들이 퇴원을 축하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런데 식당에 가니 주말인데도 손님이 너무 없었다. 요즘 불황이 심하다. 식재료 값이 비싸지다 보니 음식 값도 비싸지고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외식에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요즘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아 연말 회식을 자제하는 추세라서 더하다고 한다. 그래서 연말 특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식당주인들이 당장 그만두고 사업을 접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하든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음식을 주문하려니 주문을 받으러 오는 종업원 없다. 식탁마다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터치하여 주문을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음식 배달도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한다. 추가반찬이나 음료수는 모두 셀프로 해야 한다. 식당으로서는 최저임금제 실시 이후 인건비도 비싸졌고 경기도 좋지 않아서 사람을 쓸 수 없기에 결국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계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식당주인도 불황에 적응을 하는 모습인 것 같다.
이를 보면 혼란스런 사회도 결국 적응을 할 것 같다. 언제까지나 혼란스럽게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럴 능력은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사회가 된다.
연말이다. 곧 2024년이 지나고 2025년이 온다. 2025년에는 2024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사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큰 변화를 겪어야 한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 출근을 하지 않고 퇴직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에 적응을 해야 한다. 나도 역시 그래야만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