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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신재일 칼럼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1/13 15:59 수정 2025.01.13 15:59
신 재 일 수필가

지난주 강추위로 고생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고 한다. 서울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고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22도까지 내려가는 곳도 있었다. 마침 절기도 가장 춥다는 소한(1월5일)이 주중에 있었다.
갑자기 추워지니 매사에 움추러 들고 컨디션이 저하되는 것 같았다. 일의 의욕도 없고 귀찮아진다. 마침 독감도 유행하여 환자가 4주 전보다 14배나 늘었다는 통계도 있는데 갑자기 온 추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나도 감기 기운으로 일주일 내내 고생해야 했다.
심리적으로 이제야 겨울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몇 년전만 해도 11월말경에 강추위가 와서 겨울의 진입을 예고했는데 올해 겨울에는 그런 것이 없이 평범하게 보내고 있다가 해가 바뀌고서야 처음 추위다운 추위를 맞게 되는 것이다.
겨울 초기에 춥지 않는 날씨 때문에 겨울 옷도 잘 안 팔렸다는데 지금에야 추위가 와서 겨울옷을 사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입지도 못할 옷이기 때문이다. 두꺼운 옷을 입지 않다가 이제야 장롱 속에서 겨울옷을 찾으려니 혼란스럽고 이상하기도 하다.
그러보 보니 아직까지 우리의 삶은 날씨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였다지만 현대과학으로는 날씨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의 날씨 변화만 예측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예측도 쉽지 않다. 나비효과라는 이름이 변수가 많아 최첨단 컴퓨터와 AI를 적용한 기상 예측도 번번히 오보를 내곤 한다.
지난 여름에는 예측못한 폭염으로 고생했고 그때 이번 겨울에는 큰 추위가 올 것이라 예측했지만 결국은 어긋났다. 설마 이번 추위를 갖고 그때의 예측이 맞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추위가 예년에 비해 특별히 더 추운 것은 아니다. 이정도 추위는 겨울이라면 몇 번 마주칠 추위다. 겨우 영하 10도 언저리에 동장군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이상하다. 그리고 유행한다는 독감 역시 2020년대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 비할 바 아니다.
올해 추위는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작년 겨울에는 비가 많이 왔고 눈도 많이 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겨울에 폭우가 쏟아져 강물이 범람하기도 했다. 이런 날씨 역시 예측할 수 없었다.
올해는 비나 눈이 별로 오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주 중반에 눈다운 눈이 왔는데 아마 이번 겨울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셈이다. 그러나 금방 녹았다. 팔공산 눈도 햇볕과 바람이 차단된 산비탈 일부만 빼고 거의 다 녹았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기후의 패턴이 매년 달라진다는 것이다. 변화의 폭도 크다. 그리고 변화하는 방향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추워질지 덜 추워질지 모르지만 장기 전망을 맞추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기후 뿐만 아니라 요즘 사회분위기도 한파가 강하다. 사회가 너무 혼란스럽다. 너무 극단적인 주장들이 강하다. 견해가 다른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는 인정사정이 없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서로를 향한 매몰찬 행위나 주장들에서는 따뜻한 온정을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대치상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날씨만큼이나 감을 잡을 수 없다는데 있다. 사회상황도 변수가 많고 갑자기 튀어나오는 갑툭튀 들이 많아 예측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예로부터 이런 대립을 통하여 발전해왔다. 지금의 혼란도 결국 극복해 낼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벌써 1월 중순이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겨울이 절반이 지나가 버렸다. 조금 있으면 다가오는 봄이 기다려지는 때가 될 것이다. 한두번 더 추위가 닥치더라도 크게 못 견딜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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